카빈 들고 택시 탈취한 소위|군경과 총격, 절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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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8일 상오 7시 18분쯤 서울 성동구 원지동 경부고속도로 양재 톨게이트에서 청주에서 충북 1바 1031호 택시(운전사 노호상·34)를 탈취, M-2 카빈으로 운전사를 위협, 서울로 들어오던 육군 모 부대소속 김신봉 소위(24·ROTC 출신)가 검문군경과 총격전을 벌여 김 소위는 현장에서 죽고 택시 운전사 노씨는 오른 손과 왼팔에 관통상을 입고 순천향병원에 입원가로 중이다. 사살된 김 소위는 17일 하오 11시 30분쯤 광주 시내 ○○사단에서 M-2 카빈 1정과 실탄 30발을 가지고 탈영, 사잔 뒷문 앞을 지나가던 광주 통일 택시 소속전남 1다 3605호 택시(운전사 김정태·27)를 타고 광주시 서석동 조선대 잎 숲 속까지가 카빈으로 운전사 김씨를 위협, 현금 1만 1천 3백원을 빼앗은 뒤 이 택시로 고속도로로 장성·정읍 등지를 거쳐 전주 인터체인지 남쪽 3백m지점 도로에서 차를 세워 18일 상오 1시10분∼3시50분까지 차안에서 잠을 잤다. 김 소위는 다시 출발, 청주까지가 충북 1바 1722호 택시(운전사 권좌중·22)를 빼앗아 타고 1백m쯤 달리다 다시 노씨의 택시로 갈아타고 서울로 오던 길이었다.
전남 1다 3605호 택시 운전사 김씨에 따르면 김 소위는 광주에서 청주까지 가는 도중 『사회의 부조리 때문에 내 신세가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소위는 청주로 돌아가는 길에 강서 지서에서 불심검문을 받고 바리케이드 옆으로 그대로 달렸으나 경찰의 추적을 받지 않았고 서 대전 근처에서 고속도로 순찰대의 추적을 받았으나 시속 1백 ㎞이상으로 달아나자 경찰은 추적을 포기했었다는 것.
김 소위는 노씨의 차로 김씨와 함께 바꿔 탄 뒤 청주 인터체인지 못 미쳐서 김씨를 내려놓고 인터체인지를 그대로 통과, 서울 쪽으로 향했다.
이때가 상오 5시 25분쯤. 운전사 김씨는 내린 즉시 청주경찰서로 달려가 이 사건을 신고했다.
김 소위는 실탄이든 회색 가방과 총을 들고 꾸깃꾸깃한 군복에 소위 계급장이 달린 군 모를 쓰고 있었다.
경찰은 18일 상오 6시 15분 청주 톨게이트에서 연락을 받고 순찰차 2대를 급히 출동시키는 한편 서울의 입구인 양재 톨게이트에 군경 60여명을 잠복 배치시키고 지나가던 트럭 4대와 바리케이드로 상행선 4·5·6·7호 통로를 모두 막고 대기시켰다가 사오 7시 18분쯤 택시 타이어에 50여 발을 사격, 차를 멈추게 했다.
차가 멈추게 되자 김 소위는 카 빈으로 응사, 총격전이 벌어진 것.
김 소위는 머리와 상체에 군경이 쏜 수십 발의 총탄을 맞고 택시 안에서 숨졌다. 총격전 속에서 운전사 노씨도 창문을 열고 탈출하려다 오른손 손바닥과 왼쪽 팔에 관통상을 입었다.
현 주소가 전북 정읍군 신태인읍 화호리 326인 김 소위는 지난해 4월 전북대 농대를 졸업, ROTC에 입대했으며 가족으로는 교회 장로인 아버지 김한기씨(57)와 어머니 여동생 3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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