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평가 교수단 보고에서|전통 문화 부문|예술문화 부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고분 발굴은 「98호」로 매듭>사적 관리 인원 보강해야|새 민족 박물관은 내용 수정할 필요
74년도의 문화 예술에 대한 정부 시책 및 실천성과는 과거 어느 해 보다 활발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실험 단계에 있어서의 여러 가지 시행 착오가 75년도 평가 교수단의 평가 보고서에서 지적돼 전반적인 재검토가 요망되고 있다.
①형식주의와 졸속성에 대한 우려 ②나열적 지원 방식의 지양 ③문예진흥원의 자율적 기능 한계의 모호 ④미술 회관·연극인 회관 운영 방침의 적극화 ⑤영화의 기업적 측면과 예술적 측면의 분리 등의 문제가 이 보고서에서 지적되었다.
평가 교수단에 의해 제기된 문화 예술의 여러 가지 문제를 「전통 문화·문화재」「예술」로 나누어 살펴본다. <편집자 주>
서울 여의도에 1만평의 대지를 확보, 80년에 완공 예정인 민족 박물관 건립 계획은 적잖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박물관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기존 박물관들의 허술한 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에는 지원해 주지 못하는 처지에 도리어 『역력을 가하는 결과가 될 것이 우려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즉 현존하는 국립박물관이나 국립 현대 미술관 및 미구에 개관할 민속 박물관 등은 재정적인 뒷받침이 전혀 빈약하고 또 인원과 시설 면에서도 박물관으로서의 완벽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현시점에서 민족 박물관은 『서로 영역이 중복』된다고 지적함으로써 새로 건립하려는 박물관의 계획이 모호함을 드러내 주고 있다.
보고서는 『민족 박물관의 실제 건설 공사는 우리 나라 박물관 전체의 종합적인 시야에서 기존 박물관들과의 관계를 비롯해 기구·내용·성격·건설 시기 등에 대한 신중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또 문화재 관리 업무에 대해서는 『보수·정화 사업 시행에 있어 종래의 문제점들이 개선됐다는 징조가 없고 사업을 너무 많이 벌여 졸속 경향을 나타낼 우려가 있다』고 강조되고 있다.
특히 경주의 98호 고분에 대하여 당초부터 발굴 반대 의견이 있었고 북분 발굴 완료 단계에서 남분 발굴 중지의 의견들이 일어난 점을 들면서 『경주 지구에서의 완전한 고분 발굴은 98호로 일단 종결짓고 이 이상 대규모 발굴은 당분간 보류하자』고 건의했다.
따라서 경주 지구 사적 관리 사업은 관광 도시로서 거대화함에 따라 현재의 사적 관리 사무소 기구와 인원으로써는 이 고장의 품위 타락과 고적 손상을 막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래서 그 직제와 업무를 재검토하여 경주 국립공원 관리 보존 사무소 같은 것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진흥원이 역점을 두고 있는 국학 진흥 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혼돈 양상이 보인다고 지적돼 이의 재검토가 요청되고 있다.
국학 분야의 사업은 민족사의 재정리, 고전의 정리와 번역, 한국학 개발 등 14개 부문에 걸쳐 12억원의 진흥 기금이 거의 지출될 만큼 왕성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교양 국사 총서』의 발간 사업이나 세종기념관 시설비의 지출 등이 국사 편찬 위원회 (문교부)와 문화재 관리국 (문공부)에서 할 수 있는 사업과 다소 혼돈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세미나 지원에 신중을>「관주도」 인상 주지 말기를|연극 회관 설립·공연 보조금은 성공
문예진흥원은 본래 정부의 문예 중흥 정책을 구체화하는 기관으로서 설립되었다. 따라서 주무부인 문화 공보부와의 관계는 밀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운용 기금이나 문화 예술을 국가적 차원에서 보는 테두리 안에서의 협의는 불가피하겠지만 가능한 한 그 운영에 있어서는 관주도의 인상에서 탈피돼야 하며 사업에 있어서도 독자성을 견지할 때 문화 예술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문화 예술 진흥 사업에 있어서 시행 착오의 원인이 그러한 문예 진흥 학원의 구조적 결함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러한 결함을 털어 버림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운용이 이룩될 것이다.
문예진흥원의 여러 가지 사업 중 연극계에 대한 지원은 성공한 예의 하나로 간주된다. 9개 극단에 2천여만원을 지원, 서울에서 4만2천명, 지방에서 5만2천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연극 운동이 부진한 지방 극계를 위해 단막극 5편과 장막극 3편을 기성 작가에게 의뢰했으며 4천여만원을 들여 연극 회관을 설립한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지원이 우수한 작품이 나오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집필 기간·공연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는 점이 지적된다.
또한 문학 분야에 있어서는 경영난에 빠져 있던 4개 종합지와 4개 특수지에 원고료 보조금으로 2천4백90만원을 지원, 잡지 경영 측은 물론 집필자에게도 도움을 주었으나 대상지 선정, 그리고 지원 기간에 대해서는 각별하게 공정을 기해야 할 것 같다.
집필하는 사람들의 생활을 돕는다는 의의보다는 오히려 문학지의 질적 향상이 요청되기 때문이다.
문예진흥원의 사업 가운데서 재고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은 각종「세미나」와 「심포지엄」 에 대한 후원이다.
문예진흥원으로서는 문예 진흥의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뜻으로 이 같은 행사를 권장하는 듯 하지만 약 6백만원이 투입된 「심포지엄」 (주제 「문예 중흥과 민족 문학」), 역시 약 6백만원이 투입된 속리산 「심포지엄」 (주제 「조국과 문학」)과 같은 성질의 모임은 지양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또 서울 안국동에 건립된 미술 회관은 미술가들에게 적지 않은 편의를 제공했으나 미술 회관으로서의 격과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하고 내부 시설이 불량하며 일반 화랑보다 훨씬 불리한 조건이기 때문에 중요한 전시회를 끌어오지 못했다.
한편 현대 사회에서 영화가 갖는 막중한 비중을 고려하여 독립 공사로 설립된 영화 진흥 공사는 거액을 투자, 『증언』『울지 않으리』 등 5편의 영화를 제작했으나 『영화계를 돕기 위해 생긴 공사가 오히려 영화 제작을 독점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또한 작품의 빈곤상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협회에 등록된 한정된 「시나리오」 작가에게만 지원 혜택을 주는 소극적인 방법보다는 희곡 작가·소설가를 작품 집필에 유인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도 구상돼야 한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와 함께 우리 나라에서 상영되는 외화 값이 타국에 비해 고가로 거래되는 모순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 있는지도 따져 봐야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