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협의회·대한기독교연합회|부활절예배 주최 싸고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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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해 연말 교회의 사회참여 문제로 치열한 성명 전을 벌이며 대립했던 한국기독교협의회 (KNCC)와 대한기독교연합회(KDCC)가 오는 30일의 부활절예배를 둘러싸고 서로 경합을 벌이며 다시 날카롭게 대립, 해묵은 감정을 또 한번 드러내 보이고 있다.
최근 KNCC측이 지난 2월 24일 실행위원회에서『부활절 연합예배에 KDCC와는 상대하지 않고 각 교단과 직접 협의한다』는 선교위원회의 건의를 받아들여 독자적으로 준비를 서두르자 KDCC측은 『3년 전부터 연합예배를 보아 왔고 올해는 우리 보수교단 측이 주최하기로 돼 있었는데 갑자기 따로 모인다니 유감스럽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KNCC가『KDCC는 교회연합기관이 아니고 각 교단의 중진들이 모인 개인자격의 모임이기 때문에 교단연합행사를 위한 협의를 할 수 없다』고 말 한데 대해 KDCC회장 김윤찬 목사는『아직 KNCC로부터 아무런 통고를 받은바 없으며 올해는 우리가 주최키로 했으니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말하면서『매년 부활절행사는 KNCC와 KDCC가 연합해 범 기독교행사로 치러 왔지 않았는가』라고 통박한다.
이같이 양 교단이 최근 날카롭게 대립한 것은 기독교가 신학적으로 보수와 진보로 양립된 게 세계적 현상이긴 하지만 교회외적 사회 상황을 둘러싸고 대립하던 해묵은 감정이 재연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근간의 한국 현실문제를 둘러싸고 긍정 파(KDCC)와 부정 파(KNCC)로 완전히 양분돼 한자리에 모이기까지 꺼려했던 게 사실이다.
결국 지난해 성명 전에서 진보교단인 KNCC는 6개 교단(예장 통합·기장·감리교·구세군·성공회·복음교회)이 정식총회 인준을 거친 총대를 파견한 교단협의체이고 KDCC는 보수교단을 대표하는 예장 통합·침례회·「나사렛」「그리스도」교회·하나님의 성회 등의 교역자들이 총회 인준 없이 개인자격으로 가입했음이 교계에 알려지면서 양측은 현실참여에 대한 신학적 견해를 전혀 달리한 채 담을 쌓아 왔던 것.
하였든 이번 부활절행사는 서로가 명분을 내세워 일방적 강행을 하려 하지만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행하려 하고 있어 약간의 마찰도 예상된다. 지금까지 부활절 연합 예배 장으로 사용된 남산야외음악당의 집회 터 가를 얻지 못하는 쪽은 다른 장소를 택하겠지만 결국 행사는 연합의 전통을 깨고 양분되고 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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