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개막전 선발? 그런데 호주라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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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 류현진은 검증받지 않은 아시아 출신 신예 투수였다. 햄버거를 좋아하고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눈총을 받기도 했다. 올 시즌엔 호주 시드니에서 다음 달 22일 열리는 개막전 선발로 거론될 만큼 기량을 인정받고 있다. [중앙포토]

류현진(26·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시즌 개막전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메이저리그는 1999년부터 세계화의 명분 아래 개막 경기 중 일부를 해외에서 하고 있다. 시범경기가 아니라 정규 경기다. 올해는 다저스가 해외 원정에 나선다. 다저스는 다음달 22, 23일 호주 시드니 크리켓 경기장에서 애리조나와 2연전을 벌인다. 올해도 클레이튼 커쇼(26)-잭 그레인키(31)-류현진으로 이어지는 다저스의 철옹성 같은 1·2·3선발은 변함없다. 하지만 해외 원정에는 3선발 류현진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LA타임스는 26일(한국시간) 지난해 혹사 논란에 휩싸인 에이스 커쇼와 2선발 그레인키가 예년보다 일찍 해외에서 시작하는 개막전을 피해 본토에서 열리는 경기부터 투입될 것이라고 보도한 뒤 호주 개막전에는 류현진이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호주 개막전에 나서는 것은 별로 달갑지 않은 일이다. 매 경기 출전하는 타자와 달리 닷새에 한 번 주기로 등판하는 선발 투수로서는 매우 부담스럽다. 비행기로 이동하는 시간만 14시간이다. 공항까지 가고, 대기하는 시간까지 합하면 오가는 데만 꼬박 이틀을 빼앗긴다. 19시간(LA~시드니 기준)의 시차도 큰 부담이다.

 예년에는 메이저리그가 4월 초에 개막했지만 올해는 3월 22일로 일주일 정도 당겨져 개막전에 맞춰 컨디션을 조절하기도 힘들다. 다저스는 호주 개막전 이후 미국으로 돌아와 시범경기를 다시 치르고, 31일 샌디에이고 홈구장인 페코파크에서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한다.

 스프링캠프 초반 돈 매팅리(53) 다저스 감독은 “예정대로 원투펀치(커쇼·그레인키)가 첫 두 경기에 나서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지만 경기가 다가오자 “호주 개막 시리즈를 앞두고 모든 투수에게 출전 대기 명령을 전달했다”고 슬쩍 말을 바꿨다. 그레인키는 홈에서 7000마일(1만1265㎞) 떨어진 원정경기 등판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사회불안장애를 앓은 경험이 있는 그레인키는 누구보다 환경이 중요한 선수다. 최근 4년 연속 200이닝 이상을 던진 커쇼도 시즌 초반에 배려를 할 필요가 있다. 다저스는 커쇼와 그레인키를 LA에 남겨둔 채 호주행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다. 주변 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언제든 배짱 좋게 제 몫을 해내는 류현진이 1순위로 거론되는 이유다.

 빅리그 2년 차를 맞이한 류현진은 순조롭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새로운 구종을 추가하지는 않았다. 직구·체인지업·커브를 적절히 섞어 던지는 레퍼토리를 올 시즌에도 고수할 계획이다. 몸무게는 5㎏ 감량했다. 리그 막판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체력 강화에 신경 쓴 덕분이다. 지난 24일 자체 청백전에서 2이닝 동안 33개의 공을 던지며 구위를 점검했다. 1회에 피홈런 2개 포함해 4피안타·3실점을 기록했지만 테스트 성격의 경기라 큰 의미는 없었다.

 LA타임스는 ‘류현진의 등판이 국제화 홍보에도 잘 부합한다. 댄 해런(34) 또는 매트 매길(25)의 등판도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아시아권과 가까운 호주에서 ‘코리아 마케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에서 류현진이 공식 개막전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면 빅리그를 장식할 또 다른 야구 역사가 추가된다.

LA중앙일보=봉화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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