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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스케일 넘을 평창의 매력 … 아리랑 선율만 한 게 또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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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양방언은 소치 올림픽에서 동계 스포츠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반영한 ‘아리랑 판타지’ 윈터 소치 버전을 선보였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이 전세계에 처음 소개될 때, 그 무대의 주인공은 당연히 ‘아리랑’이었다. 지난 23일(현지시각) 막을 내린 소치 동계올림픽 폐막 공연에서 한국 측 공연 8분 동안 아리랑의 뭉클한 선율이 경기장을 촘촘히 에워쌌다. 가야금 독주로 잔잔하게 시작해 클래식, 재즈 버전의 아리랑으로 예열한 뒤 오케스트라와 록 버전으로 정점을 찍는 구성이었다. 이 다이내믹한 변주는 음악감독을 맡은 양방언(54)의 손에서 피어났다. 재일교포 2세인 그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넘나들며 작곡가·연주가·편곡가·프로듀서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02년엔 부산 아시안게임 공식 주제곡 ‘프런티어’를 만들기도 했다. 26일 소치에서 막 귀국한 그를 만났다.

 - 왜 아리랑이었나.

 “아리랑은 우리의 ‘블루스’다. 지역마다 구전된 다양한 아리랑이 있으면서 각 지역의 생활과 문화에 밀접하게 관계돼 있다. 정해진 악보가 없고 부르는 사람마다 느낌이 다르다. 우리의 감정과 정서를 대표한다. ‘아리랑 판타지’로 이름붙인 이유는 아리랑 자체가 신비로운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 러시아 측 폐막 공연이 규모면에서 대단했다.

 “한 프로그램당 수백명 단위로 출연하는 데 처음 현장에서 볼 땐 압도적이었다. 이기고 지고는 없지만 홈그라운드가 아닌 곳에서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 볼수록 프로그램이 반복적이었다. 전체적으로 다양한 구성이 아니었다. 또 과거의 자산을 많이 보여주긴 했지만 현대적이진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고유의 매력을 표현해야 한다고 느꼈고 아리랑이 그 역할을 했다. 공연 내내 가창이 없었는데, 조수미·나윤선·이승철 세 명이 아리랑을 노래하자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다.”

 - 대통령 취임식때도 ‘아리랑 판타지’를 공연했다.

 “편곡을 달리 갔다. 아리랑은 선율은 간단한데 편곡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취임식 땐 4명의 디바가 노래했다면 소치에선 성악가 조수미가 클래식 버전의 ‘구아리랑’을, 재즈 가수 나윤선이 ‘강원도아리랑’을, 가수 이승철이 팝 스타일로 아리랑을 재해석했다. 전통 창법은 의도적으로 뺐다. 전 세계인이 보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해 본 거다. 대신 시각적으로 학춤이나 강강술래를 통해 전통 문화를 알렸다. 앞으로 더 다양한 버전의 ‘아리랑 판타지’를 만들 계획이다.”

 - 평창올림픽에서도 음악감독을 맡게 될까?

 “모든 것이 미정이다. 다만 웅장함과 큰 스케일로 어필했던 러시아와 우리는 달랐으면 한다. 우리 고유의 매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때도 아리랑이 울리길 바란다. 사물놀이나 판소리, 창극도 중요한 자산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큰 행사를 좋아한다. 수많은 관객 앞에서 음악이 울려퍼지는 순간이 행복하다.”

 - 재일교포 2세라는 중간자적 위치가 아리랑을 더 새롭게 볼 수 있게 한 걸까.

 “그럴 수도 있겠다. 중간에서 양쪽을 다 볼 수 있는 것은 더 많이 도전하도록 만든다. 하지만 그런 것을 의식하지는 않는다. 그저 양방언이라는 한 아티스트가 만드는 아리랑으로 생각했으면 좋겠다.”

글=김효은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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