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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코스피 박스권 갇히니 … 투자자, 테마주에 솔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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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임모씨는 2007년 투자설명회를 다니며 추천 받은 태양광업체 H사에 3억원을 투자했다가 모두 날렸다. 태양광 종목들이 잘나가는 데다, 해당 회사 대표가 야당의 유력 대선 주자와 가깝다는 말에 거액을 투자했던 게 화근이었다. 투자금은 한때 19억원까지 불어났다. 임씨는 “10억원이 넘어가자 주가가 10%만 뛰어도 하루에 1억씩 불어나더라”며 “그땐 도저히 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해 10월 해당 회사 대표가 “주가가 급등한 것은 작전 세력 때문”이라며 간담회를 자청했고, 이후 회사가 상장폐지됐다. 임씨는 “다음해 그 회사 대표가 민주당 비례대표로 공천 받은 걸 보면 친분이 있다는 말이 지어낸 건 아닌 것 같다”면서도 “그 말에 혹해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만 손해를 봤다”고 푸념했다.

 정치테마주는 실적 같은 기업의 실제 가치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정치테마주가 등장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모여드는 이유는 뭘까.

 증권업계에선 “최근 몇 년간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면서 테마주가 더 기승을 부린다”고 말한다. 시장 전체가 오르면 어느 종목을 사도 수익이 나지만 그러지 않을 땐 수익이 날 만한 종목을 선별해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테마주는 다른 테마주에 비해 짧은 시간에 주가가 급등해 투자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오랜 기간 주식에 투자해온 투자자들 입장에선 오를 게 뻔히 보이는데 안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테마주만큼 불확실성이 큰 주식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약에 기반한 정치테마주라고 해도 해당 공약이 당선 이후 실제로 지켜질지는 애널리스트들도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치테마주 대부분이 거래량이 많지 않은 중소형주다 보니 매도 시점을 잡지 못해 손실이 커지기도 한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팔겠다는 사람은 몰리는데 사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아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테마주에 대한 모니터링과 주가 조작 같은 불공정 거래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하은수 금감원 테마기획조사팀장은 “풍문만으로 실적이 부진한 기업의 주가도 급등하는 게 정치테마주”라며 “고위험 주식인 만큼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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