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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밥상 | 청도 한재미나리] 한재미나리에 삼겹살 한 쌈 이 맛이 봄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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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지는 꽃망울, 살랑거리는 바람. 시시각각 오만 군데서 봄을 느낀다. 겨우내 추위를 피해 꽁꽁 숨어 있던 만물이 기지개켜고 나오는 봄에는 별미도 많다. 모든 것이 반갑고 고마운 찬란한 이 계절의 대표 맛으로 꼽은 것은 미나리다.

이 흔하디흔한 채소가 뭐가 특별하다고 되물을지도 모르겠다. 봄이 되면 마트, 재래시장, 행상 할머니의 바구니 등 지천에 미나리가 널린다. 그래도 꼭 한번은 청도에 가서 한재미나리를 드시라고 권하고 싶다. 갓 수확한 미나리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듯 싱싱하고 차지다.

한재는 경북 청도군 청도읍 평양길5(초현리·음지리·평양리·상리) 일대를 부르는 명칭이고 한재미나리는 이 마을에서 생산하는 미나리를 말한다. 한재마을에서 미나리를 생산하는 농가는 모두 130가구, 전체 재배 부지는 70ha(20만 평)에 달한다. 하루 평균 약 10t을 수확하는데도 전국에서 밀려오는 택배주문 때문에 항상 물량이 모자란단다. 주문하고 1주일은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

미나리는 2월부터 수확한다. 2월 것은 작고 5월 것은 질겨 3∼4월 것이 가장 맛이 좋다. 보통 40∼50cm 정도로 자란다. 붉은빛을 내는 굵직한 밑단, 그 위로 탱탱한 줄기, 그리고 가장 윗부분에는 풍성한 이파리가 달렸다. 아삭하게 씹히는 것이 탄력이 대단하다.

현지에서 먹는 미나리는 맛도 분위기도 남다르다. 식당이 아니라 비닐하우스에 있는 작업장 평상에 옹기종기 앉아 먹는다. 미나리를 다듬던 사람들도 밥 때가 되면 손님과 뒤섞여 식사를 한다. 작업장에는 미나리를 사면 가스버너와 불판만 빌려주기 때문에 함께 먹을 삼겹살과 밑반찬, 수저 등 식기까지 전부 챙겨 가야 한다. 그래도 해마다 이맘때면 미나리 작업장은 사람으로 미어터진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예약해야 한다.

미나리 삼겹살 쌈이 기가막히다. 먹는 방법은 이렇다. 미나리 두 대를 잡아 밑단 부분을 10cm 정도 접는다. 그리고 줄기와 이파리를 접은 밑단에 돌돌 감는다. 그 위에 고기 한 점과 쌈장을 올린 뒤 미나리를 겹쳐 접으면 완성. 차가운 지하수에 씻은 미나리와 뜨겁고 기름진 삼겹살이 만나 절묘하다. 미나리는 아삭하게, 삼겹살은 부드럽게 씹히고 고기를 다 먹은 뒤에도 입안에서 미나리 향이 감돈다. 한재미나리영농조합법인(hjminari.com), 054-373-7688.

글=홍지연 기자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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