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와 양도소득세의 공제 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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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동산 소유자들의 관심을 모아 왔던 양도소득세의 특별 공제 율이 최종적으로 결정, 고시되었다.
국세청이 11일 고시한 이 공제 율은 의제취득시점인 68년 이후 6년간 한해만을 제외하고 는 모두 법정 최저 율인 연 10%를 적용하고 도매물가 상승율이 14%에 달했던 72년만은 같은 수준의 공제 율을 인정함으로써 일견 입법정신에 충실한 것처럼 보이기는 하다.
그러나 물가통계에 관한 공식발표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도매물가 상승 율 자체가 42·1%에 이르렀던 74년에도 고작 20%밖에 공제해 주지 않겠다는 이번 공제 율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점에 대해서는 이미 국회 심의과정에서도 크게 논란된 일이 있었던 만큼 이번 고시로 본격적인 과세를 집행하게 된 이 마당에 있어서는 다시 한번 양도소득세법 자체가 지닌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점들 살펴봄이 없어서는 안될 것이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고시된 공제 율의 상한선 문제이다.
현행 소득세법은 양도소득세의 특별공제 율을 연 10%로 하되 도매물가 상승율이 연 10% 이상일 때는 최고 20%한도 안에서 국세청장이 바로 고시토록 규정하고 있어, 예컨대 지난해의 경우, 공제 율이 도매물가 상승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지난해의「인플레」가 근래에 유례없는 이상 현상이었다거나, 부동산 투기억제를 기한다는 이 세제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되도록 과 표의 폭을 넓히려는 의도를 전혀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법익의 추구에만 집착하는 나머지 운용의 신축성을 잃는다면 이는 도리어 바람직하지 못한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다. 이 점, 공제상한을 「인플레」율과 일치시키거나 적어도 그에 접근시키는 방향으로 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는 이 법이 과 표로 잡는 기준을 원칙적으로는 실 거래 가격에서 구하고 실 거래 가격의 포착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서 부동산 과세 시가 표준액을 적용기로 한 점이다. 이는 과거의 통례에 비추어 오히려 후자의 적용이 더 보편화할 가능성이 많으며, 이 경우 집행관청의 재량의 범위가 너무 넓어져 또 하나의 사회적 부정요인이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특히 화폐 화 율이 현저하게 뒤지게 마련인 농촌지역의 경우, 아직도 전·답 거래의 상당부분이 양곡 등 현물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관행이 남아 있어 과 표 산정과정에서의 재량의 폭이 특히 큰 점을 감안, 적절한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현재 양도차익 70만원으로 잡은 비과세점이 현실의 부동산거래 규모에 비추어 너무 낮다. 기초 공제 없는 면세에 따른 부분적인 과세 불평등의 문제도 앞으로의 법령개정 과정에서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요인들이다.
이런 잡다한 문제점들은 의당히 국회 심의과정에서 다듬어졌어야 했음에도 그냥 지나쳤음은 전적으로 심의의 졸속 때문이다. 정부는 이 법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모순 점들을 다시 검토하여 조속한 시일 안에 개 정 법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우선 운용과정에서라도 이 세법의 근본취지를 손상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운영의 묘를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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