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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2천 명이 된 주한미군 병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주한미군 4천명이 작년 후반기에 증강됐다는 미 국방성의 발표는『한국이 미국의 세계전략상 중요방위거점』이라고 밝힌「슐레징거」미 국방장관의 최근 의회보고와 관련해서 주목된다. 주한미군의 인가병력은 4만4천명선. 그 범위 안에서 병력배치와 관리상 배치병력이 3만8천명으로 감축되었다가 다시 4만2천명으로 복원됐다는 사실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로 이 사실이 곧 미국의 주한미군의 병력자체에 큰 변화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주한 미군병력의 장기간 계속적인 증가나 감축은 일단 주목할 필요가 있다.「닉슨·독트린」이 천명된 후 지난 70년 주한미군의 배치병력이 인가병력에 비해 계속적인 감축추세를 보이다가 결국 보병1개 사단 감축조치가 취해졌던 것이다.
미 국방성의 발표로는 주한미군의 병력은 지난해 6월말 3만8천명, 9월 말 4만명, 연말 4만2천명으로 계속 증가추세를 보여왔음을 알 수 있다.「아시아」-태평양지역 중에서 일본·태국·「필리핀」주둔군이 감축된 반면 한국과「오끼나와」주둔군만 증강된 것이다.
이 반년간의 병력배치 변경이 어떠한 장기추세의 일부인지는 성급히 속단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슐레징거」장관의 말처럼『한국이 미국의 세계전략 상 중요방위거점』이라면 주한미군의 병력편성·임무·장비의 강화는 논리적인 귀결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작년 후반기의 주한 미군병력의 증강은 미국의 중장기정책방향의 일환이란 추론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주한 미군의 역할에 대한 미국 정책입안자들의 평가의 역점도 작년을 기해 군사적 측면에서 세계 정치적 측면으로 변 이해 왔다.
그들은 종래 주한미군의 역할을 주로 한반도에서의 전쟁재발억제라는 군사적 측면에서 설명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부터 동북아의 정치적 안정에 기여한다는 면을 부각해왔고 지난달 11일「슐레징거」장관의『4강간의 세력균형에 기여하는 세계전략의 일환』이란 평가까지 진전했다. 술레징거 장관은 의회보고서에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지적하면서 그것이「아시아」주둔 소련군의 구주이동을 막고 일단 유사시「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또 하나의 전선을 펴지 못하게 하는 것임을 시사했다. 다시 말해 주한미군의 역할이 세계평화의 유지라는 포괄적 세계전략과 직결, 확대되었다는 얘기다.
동북아-서 태평양 지역정세를 보면 소련이 중-소 국경지대 등 극동에 45개 사단의 대병력을 전개하고 태평양함대를 나날이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중공과의 화해를 계속 추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3백만 중공군의 존재 역시 사상될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의 전략을 군사적 견지에서 볼 때 그 동안 대량보복→유연반응전략→2·5 전략→현실적 억지전략을 거쳐 하나의 대규모 전쟁과 하나의 소규모전쟁에 대응하는 이른바「1·5전략」으로 변모해 왔다.
이는 유사시 신속히 보강, 전개할 수 있는 고도의 기동력을 갖춘 병력을 한국기지와 대서양 일대에 배치하여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삼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주한미군은 여태까지『한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전쟁재발 억제가 미국에도 이익이 된다』는 공동이익의 차원에서 설명되어 왔다.「슐레징거」장관의 보고는 이 공동이익이란 차원을 넘어 미국의 세계전략 상 필요하다는 면을 강력히 부각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미국정부의 평가절상은 우리의 이익과도 합치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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