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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美·英 지상군 바스라港 점령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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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개전 이틀째 미 지상군이 파죽지세로 이라크 남부를 돌파하고 있다. 전략 요충지 바스라항 함락을 눈앞에 두고 있고 영국 해병은 파오 반도의 주요 유전들을 장악했다.

'참호 사수(死守)'를 공언했던 이라크군은 소총이나 대포를 몇발 쏘았을 뿐 속수무책으로 길을 내주고 있다. 항복하는 이라크군 숫자도 수백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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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바그다드를 두차례에 걸쳐 폭격했던 미.영의 미사일은 이날은 조용했다. 알 록우드 영국군 대변인은 21일 "3~4일 내에 바그다드에 입성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순조로운 공격 속에서도 미군 한명이 전투 중 사망하고 헬기 사고 소식으로 미.영군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8명의 남녀 특수부대원이 헬기 추락으로 사망한 영국에는 애도 분위기가 짙게 깔렸다.

◆바스라 함락 임박=미 3보병사단과 1해병원정대는 21일 바스라 인근 1㎞ 앞까지 진격했으며 바스라를 수비하는 이라크 제3군의 항복을 유도하기 위해 공세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군은 쿠웨이트 국경에서 32㎞ 가량 떨어진 이라크 제2의 도시 바스라를 중심으로 남부 지역을 장악, 걸프해로 가는 접근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바그다드 진격을 위한 교두보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바스라~바그다드의 진격로는 5백60㎞로 부산~평양과 비슷하다.

바스라 인근 상공에서 대형 폭발과 섬광이 목격됐다고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뉴스가 21일 보도했다. 호주 ABC방송은 이 폭발이 핵폭탄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닌 '공중폭발대형폭탄(MOAB)'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바스라 공략과 동시에 미.영군은 걸프해와 접한 파오 반도의 산유시설 밀집 지역인 국경도시 움 카스르 항구를 장악했으며 이라크 서부 지역의 주요 비행장 2곳도 점령했다.

영국군 29해병대대가 쿠웨이트 북동해안에서 1백5㎜ 경포로 집중 포격을 가하는 동안 특수부대원들이 치누크.시스탤리온 헬기를 이용해 움 카스르에 대한 낙하.침투 작전을 감행했다.

◆불타는 대통령궁=앞서 20일 저녁(현지시간) 지상전 돌입 명령과 함께 수십기의 크루즈 미사일이 바그다드의 대통령궁과 주변 정부 청사를 맹폭했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거처 중 한곳이 '쿵'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에 휩싸였으나 후세인은 무사하다고 모하메드 사이드 알 사하프 이라크 공보장관이 밝혔다.

이날 폭격으로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의 집무실이 있는 10층짜리 건물에서도 화염이 치솟았고, 기름 타는 냄새가 1㎞ 부근까지 퍼져 시민들을 공포에 빠뜨렸다. 이라크 정부의 기획부 청사와 공화국 수비대 건물에서도 거대한 연기 기둥이 솟아올랐다.

◆이라크 반격=개전 첫날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하며 맹렬한 반격에 나선 이라크군은 이날 일부 지역에서 연합군 측과 산발적인 전투를 벌였으나 별다른 저항을 못하는 무력한 모습이었다.

이라크가 20일 오후 연합군 공격에 맞서 발사한 미사일 2발이 정유공장 등이 있는 쿠웨이트의 슈에이바 산업단지 인근에 떨어졌으나 피해는 없었다고 쿠웨이트통신이 보도했다.

◆양측 피해 상황=미군의 '이라크 자유(Iraq Freedom)' 작전에서 첫 미군 전사자가 생겼다. 해병 한명이 지상 전투 중 사망한 것이다. 12명의 사망자를 낸 헬기 추락은 이라크군의 공격이 아니라 기계 결함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라크군은 20일 연합군의 공습으로 자국 병사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지상전에서도 이라크군 6명이 사살됐다. 이라크 관영 INA 통신은 21일 바그다드에서 전날 발생한 미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37명의 민간인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서울=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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