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권자 투표통지표 수집해 오도록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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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충남 부여군 세도면 지산리 이장 구자헌(50) 씨가 20일 낮 신민당 중앙 당사에 찾아와 세도면 공화당 관리장이 국민투표에서 이장들에게 기권자의 투표 통지표를 거둬오라고 했으며 면장과 공화당 관리장이 투표의 최대한 동원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구씨는 지난 10일 세도면 관내 이장 26명과 진응식 지서주임·조동언 농협조합장, 관내 초·중교 교장4명, 예비군중대장 등 기관장이 참석한 연석회의에서 조태연 면장이 『경운기·「리어카」를 동원해서라도 투표율을 최대한으로 높이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 회의 후 공화당 면관리장 조흥연씨가 『사전에 기권자를 조사하여 그들의 투표 통지표를 모두 거둬오라』면서 『거둬오기만 하면 우리가 알아서 투표장에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고 김씨는 밝혔다.
김씨에 따르면 연석회의에서 조 면장은 『만약 반대표가 많이 나오게 되면 정국이 혼란하게 된다. 그러면 이북에서 공산당이 쳐들어올지 모르니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알아서들 하라』고 말했다.
구씨는 양심에 꺼려 자기가 거둔 투표통지표 11장을 면 관리장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면서 투표인명부 등재번호 417번 김병원씨(남·35)의 통지표 등 11장을 이날 제시했다.
구씨는 지난7일께 조 면장이 현금 1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주면서 『그냥쓰라』고 했고 같은 날 농협조합장도 계원을 통해 2천8백원을 전달해주면서 『그냥쓰라』고 했다고 말했다.
구씨는 『이번 실시된 국민투표에 많은 부정이 개재돼있어 그것을 목격하고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폭로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구씨는 『추후에 오늘의 말고 고발내용이 어긋날 때는 압력과 고문에 의한 것임을 미리 말해둔다』는 내용의 「양심선언」을 작성, 신민당에 보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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