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선두 풀스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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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26·CJ)는 지고는 못사는 선수다. 박세리는 지난주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시즌 개막전인 웰치스 프라이스 챔피언십에서 2라운드를 마친 뒤 컷오프돼 한국 골프여왕으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김영(23·신세계)과 김초롱(19) 등 새내기들을 향해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뒤켠에서 박세리는 말없이 짐을 싸며 이를 악물었다. 박세리가 누군가.

투견장에서 송곳니를 하얗게 드러내고 피를 철철 흘리며 싸우는 개들을 보면서, 한밤중에 불빛 하나 없는 산중을 오가며 근성·담력과 오기를 키워온 선수가 아닌가.

다음 대회인 세이프웨이 핑 대회(총상금 1백만달러)를 맞는 박세리의 결의는 서릿발같았다.

박세리가 21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 문밸리 골프장(파72·5천8백56m)에서 벌어진 대회 1라운드에서 8개의 버디(보기 1개)를 잡아내며 7언더파 65타를 쳐 단독선두로 나섰다. 카리 웹(호주)은 6언더파로 2위,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박지은(24)은 5언더파로 공동3위를 달리고 있다.

10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박세리는 초반부터 신들린 듯한 샷을 날렸다. 11번홀에서 10m 장거리 퍼트를 홀에 떨군 것을 비롯, 세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단숨에 선두권으로 치고 나왔다.

16번홀(파4)에서 티샷을 벙커에 빠뜨려 보기를 범한 박세리는 후반 첫홀인 1번홀(파4)에서 3.6m 버디퍼트를 넣어 다시 전열을 정비했고, 4번홀부터 또다시 세홀 연속 줄버디를 기록하는 뚝심을 보였다.

아이언샷의 그린 적중률은 83.3%였고, 퍼트 수도 27개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거의 완벽한 경기였다.

박세리는 "개막전 때는 새로 바꾼 드라이버가 손에 익숙지 않아 애를 먹었다. 오늘은 모든 게 잘됐다"고 말했다. 올시즌 처음으로 공식 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소렌스탐은 이날 평균 2백80야드의 장타를 뿜어내 갤러리를 놀라게 했다.

소렌스탐은 2001년 이 대회에서 13언더파 59타로 18홀 최소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박세리.카리 웹.소렌스탐 등 올시즌 처음으로 만난 LPGA 투어의 '빅3'가 나란히 1, 2, 3위로 선두 다툼을 하고 있어 이번 대회의 패권 싸움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 선수로는 박세리.박지은 외에도 강수연(27·아스트라)과 한희원(25·.휠라코리아)이 공동 8위(4언더파)를 달리는 등 모두 4명이 10위권 이내에 포진했다.

김미현(26·KTF)은 이븐파로 공동 50위에 머물렀으며, 개막전에서 '코리안 돌풍'을 주도했던 김영과 김초롱은 각각 2오버파, 3오버파로 부진, 하위권으로 처졌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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