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법안 노사정 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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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회에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노사정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노사정 대표는 6일 이경재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만나 비정규직 법안의 내용에 대한 논의를 국회에서 하되 노사정 대표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기로 했다. 그동안 겉돌기만 했던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법안에 대한 노사정, 정부의 입장 차가 워낙 커 쉽게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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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쟁점은 뭔가=정부안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에 비해 차별을 받았을 경우 차별시정위원회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사용자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고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노동부는 "한 사람이 시정명령을 받으면 다른 동종 비정규직에도 확대 적용되므로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설명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영배 부회장도 "비정규직이 집단신청을 내 받아들여질 경우 임금채권 보상 기간에 따라 차별받은 것으로 판정된 임금의 3년치를 한꺼번에 보상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들엔 엄청난 비용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차별금지 조항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은 "정부 안은 차별이라는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은 데다 차별시정위원회가 차별을 인정하더라도 사업주가 불복하면 대법원까지 최소 2년간의 재판 기간이 소요된다"고 주장했다.

전체 비정규직의 67%를 차지하는 기간제(임시.계약직) 문제는 가장 이견이 큰 부분이다. 정부 안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고 3년을 넘길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경우를 제한하는 것보다 고용 기간을 제한하는 게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기간제 근로의 확대를 막으려면 고용할 수 있는 경우를 ▶계절적인 사업▶출산 등으로 대체 근로자가 필요한 경우 등으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낙관하기 일러=비정규직법안은 노사정위원회에서 2년 넘게 모두 100여 차례의 회의.토론을 거쳤는데도 결론을 못 낸 난해한 문제다.

게다가 예전 논의 과정에서 빠져 있던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의 안을 들고 강력한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논의가 너무 노동계 쪽으로 기울 경우 재계도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국회가 4월 처리를 원칙으로 하되 일정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합의할 시간은 아직 남아 있는 상태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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