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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의류|박혜경<여성단체협의회 소비자보호위원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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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민들의 복장이 최근 몇 년 동안에 놀라울 정도로 호사로와 졌다. 색깔이나 모양이 다양해지는가 하면 옷감도 국제수준에 미칠 만큼 고급화되었다.
철이면 철마다 유행이 바뀌고 그 유행의 물결은 각종 옷감의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풍성한「의생활」을 즐기기 위해 해마다 막대한 외화를 지불해야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나라는 원모·원면·화학섬유 등 옷감의 원료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있기 때문이다.
천연섬유는 자원이 없어 근본적으로 수입에 의존해 온지 오래고 인조섬유는 수입대체산업으로 각종 원료 및 중간재공장들이 늘어나 수입절감 효과를 가져오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의 섬유류 수입은 3억「달러」를 넘고 있는 실정이다.
완제품 수입은 수출용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금륜 상태에 있으면서도 섬유류 수입이 연간 3억「달러」를 넘는 다는 것은 작년도 우리 총수입실적 63억「달러」의 5% 수준으로 외화지출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며 석유·양곡·철강 다음으로 수입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미면·원 모에서 이탈할 수 없고 더구나 석유 계 화섬을 거부할 수는 없는 상태이지만 외화를 절약하지 않으면 아니 되는 우리 나라의 실정으로는 소비절약운동을 강화하는 것이 어느 때 보다도 바람직하다.
이를테면 의생활의 다양화 내지 개성화를 전제로 하여 짜여진 현재의 소비「패턴」을 뜯어 고쳐야 한다.
계절변동이나 소비층 취미에 따라 지나치게 다기화 되어 있는 복식제도를 단순화시키는 방법을 모색해 보아야한다. 요즈음 여성들이 즐겨 입는「타이트·스커트」는 2차 대전이후 독일에서 옷감을 절약하기 위해 당시의「디자이너」들이 고안해놓은 유행이라고 한다.
또한 팔꿈치와 옷 가장자리에 가죽을 댄 양복은 2차대전후 영국에서 직물수출을 최대한으로 하여 국고수입을 늘리려고 양복을 해질 때까지 입었고 해진 옷을 다시 가죽을 대어 꿰매 입었던 것이라 한다.
어째서 우리에게는 양복에 가죽을 대거나 꿰매 입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되는 호화스러운 관습이 붙었을까. 이러한 것이 소비「패턴」의 부조리이며 이 부조리를 낳은 사회풍토를 고치는 노력을 해야된다.
그러나 갑작스런 소비억제는 산업 정책적 의미에서 복잡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섬유산업은 우리 나라 수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는「랭킹」1위의 수출산업이자 가장 뿌리가 깊고 역사가 오랜 전통산업인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불황인데 소비억제운동이 일어나면 생산이 위축되고 실업률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그렇다고 하여 기존시설에 기준을 두고 원료를 수입해 온다든가 내수를 목적으로 생산을 계속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수출용을 제외한 내수용은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마땅하며 아울러 장기적 계획으로 목화재배·국산 원 모를 서둘러 개발해야 되며 석회석섬유에 대한 재평가도 있어야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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