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완치율 50%시대] 첨단장비로 5㎜ '초기암'도 잡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암은 더 이상 불치의 병이 아니다'. 암 치료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전문의들은 암 정복이 가까이 왔음을 강조한다.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각종 진단장비가 개발되고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해 암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1930년대 전 세계적으로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20%에 불과했다. 이후 50년대엔 25%, 70년대 33.3%, 2000년대에 이르러선 50%에 육박하고 있다.

◆완치율 높이는 조기진단=암환자 생존율을 높인 1등 공신은 조기진단이다. 여기에는 국가 5대 암 검진사업 등으로 국민이 적극적으로 암 검진을 받은 데다 진단기술과 장비의 발전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진단 중 가장 효과적이고 정확한 방법은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배 속에 카메라를 넣어 살펴보는 내시경은 작은 종양도 찾아낸다. 위내시경의 경우 위점막에 있는 2~3㎜의 종양도 발견한다. 대장 내시경은 대장암 환자의 사망률을 60% 감소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시경 장비는 동네에 있는 웬만한 병원들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로 일반화됐다.

◆그래픽 크게보기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촬영(MRI).양전자단층촬영(PET) 장치와 같은 영상진단 장비의 보급은 국내 암환자 조기발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1995년 말 208대에 불과했던 CT는 올해 3월 말 1554대로 늘어났다. MRI는 같은 기간 53대에서 565대로 증가했다. 웬만한 병원급에는 대부분 CT나 MRI가 있는 셈이다. 암의 위치를 찾아내는 PET도 43대가량 보급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T.MRI의 영상도 매우 정밀해졌다. 과거엔 지름 1㎝에서 지금은 5㎜ 정도의 암덩어리까지도 찾아낸다. 찾아낼 수 있는 암덩어리의 부피가 8분의 1 정도로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국립암센터 박재갑 원장은 "암치료 관련 첨단장비가 개발되면 미국 암센터보다 국내에 먼저 들어온다"면서 "미국의 세계적인 암치료 병원인 MD앤더슨의 원장도 한국 병원의 시설을 보고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장비 보급과 함께 CT(92년)나 MRI(2005년) 같은 첨단장비 이용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하는 것도 조기진단의 확률을 높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치료기술의 발전=국내 의료진의 암치료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위.간 등 일부 암 치료기술은 선진국보다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암 치료 기술 가운데 초기 발견시 적용되는 치료법이 칼과 레이저가 달린 내시경을 넣어 절제하거나 태우는 방법이다. 암세포가 점막층에만 퍼져 있는 0기 암이 대상이지만 지금은 복강경으로 조금 더 진전된 암덩어리도 잘라낸다.

이 치료법은 시술 후에 굳이 입원을 하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90% 치료가 가능하다.

방사선 치료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이버 나이프다. 원하는 방향, 원하는 암세포에 방사선을 쪼여 주변 조직을 거의 손상시키지 않고 암 세포만 파괴한다. 수술이 어려운 부위에 생긴 뇌.척수.척추 종양, 폐.췌장.전립선암 등을 앓는 환자의 치료도 가능해졌다.

특히 고령자나 심장.폐 기능에 문제가 있어 전신마취가 부담스러운 암환자도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장비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장비인데 국내에 원자력병원과 강남성모병원에 1대씩 들어와 있다.

글리벡과 같은 표적 항암제는 혈액종양 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높였다. 또 폐암의 경우 이레사의 등장으로 말기 환자의 수명이 증가하고 있다. 99년 출시된 젬자는 비소세포폐암에 널리 사용되는데 방사선 치료시 함께 사용하면 효과가 극대화된다. 국소 진행성 폐암 및 외과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 이들의 평균 생존율은 18. 3개월로 1, 2, 3년 생존율이 각각 68%, 37%, 28%나 된다.

최근엔 수술, 방사선.항암 치료 등을 동시에 사용하는 병합요법이 대중화됐다. 예컨대 유방암도 재발을 막기 위해 일정 기간 항암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고, 폐암 역시 수술 전 항암제로 암 크기를 줄인 뒤 수술하는 방법이 시행된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