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지변에 놀란 초저녁|경진이 일어난 밤…전국서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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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진도2의 경진이 일어난 4일 밤 전국 곳곳에서는 뜻밖의 지변에 놀라 주민들이 잠옷차림으로 대피하기도 했고 전기와 방송마저 한때 끊기는 등 한밤의 지진소동이 일어났다. 특히 「아파트」·「호텔」·병원 등 고층건물의 진동이 심해 『무슨 변이라도 났느냐』며 밖으로 뛰어나갔고 한 환자는 「링게르」주사를 꽂은 채 병원 밖으로 뛰어나가기도 했다. 지진이 나자 관상 대와 경찰서·신문사·방송국 등에는 밤새 문의전화가 빗발치듯해 직원들이 진땀을 뺏으며 관상 대는 35명의 직원들이 철야로 비상 근무했다.

<아파트 지대>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맨션」14동401호 송범일씨(37) 집은 벽의 그림이 방바닥으로 떨어지고 응접실의 어항이 심하게 출렁거려 모두 밖으로 대피했다.
여의도「아파트」13동7층3호 박순이씨(35)는 저녁을 먹고 있다 찬장의 술병이 흔들거리며 식탁이 흔들려 밖으로 대피했더니 주민들이 모두 나와 있었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냉천동·현저동에 있는 금화「아파트」1백30동 주민 2천여 명의 대부분은 지진이 일어나자 맨발로 밖으로 뛰쳐나오는 등 약 1시간동안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병원>
경희대학교부속병원의 16층 간호기숙사에서 잠을 자려고 들어섰던 60여명의 간호원들은 갑자기 진동이 나면서 의자와 벽이 흔들리자 건물이 무너지는 줄 알고 잠옷바람으로 뛰쳐나갔고 8층 특실 천장에 붙어 있던 「샹들리에」가 떨어져 박살이 나기도 했다.
8층 정신과병실 침대가 밀리고 의자가 흔들려 환자들이 2층까지 뛰 쳐 내려오는 등 소동이 일어났는데 어떤 환자는「링게르」주사를 꽂은 채 뛰쳐나갔다.

<정전>
이날 밤 지진으로 정전이 됐던 서울의 지역은 명동 서소문동 세종로 삼청동 효자동 안국동 신촌동 서울역 앞 등 시내 중심 가 일원이었다. 이 때문에 방송도 중단됐다.
한전당국은 아주 작은 움직임에도 예민한 변전소의 변압기보호용 계전 기가 잘못 작동, 8시39분부터 7분동안 정전이 됐다고 밝혔다. 또 「텔리비젼」화면이 흔들리다 끊기기도 했다.
서울시경 112신고 대에는『폭발몰이 터졌느냐』『무슨 일이 났느냐』고 전화가 빗발 치 듯 했다.

<관상 대>
중앙관상대는 지진계의 지진자기 기록 지를 현상, 지진의 진도「그래프」(지진파)를 확인한 다음 4일 하오10시 진도 2의 유감지진(경진)임을 공식 발표하고 35명의 직원이 철야,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이날 양인기 관상대장을 비롯, 안명복 예보과장, 김동완 통보관·김종구 기상업무부장 등 전 직원은 시민들의 빗발치는 문의전화에 한동안 바쁜 시간을 보냈다.
우리나라 유 일의 지진계를 보유하고 있는 중앙관상대는 서울·인천·수원·속초·목포·춘천 등 각 측후소에서 지진을 감지했다는 보고를 받고 규모가 전국적인 것임을 밝혀 냈으나 지진계가 하나밖에 없어 진원지를 파악하지 못했다..
중앙관상대는 지진계가 2차 파를 끝으로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어 밤11시가 지나서야 한숨을 돌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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