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모색하는 의학교육|의학교육연수원 설립 계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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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의학 교육계에 조용한 혁신의 바람이 일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의학교육 연수원의 설립이 구체화되면서 우리의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의사배출을 목표로 의학교육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의학교육이 그 나라 지역사회의 현실을 밑바탕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움직임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구미 선진국에서 있었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세계를 6개 지역으로 구분, 각 지역에 의학교육연수「센터」를 둔 것도 바로 이러한 움직임을 구체화한 것.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서태평양지역 1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WHO 서태평양 지역의 의학교육연수「센터」는 2년 전「오스트레일리아」「시드니」의 남「웨일즈」대학에 설치되어 이 지역 각 나라의 의과대학장과 학사행정을 맡고 있는 교수들의「트레이닝」을 실시하고 있다.
WHO의 후원으로 1월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설립된 의학교육 연수원도 전국 14개 의과대학 교수들의「트레이닝」을 맡게 된다.
의학교육 연수원의 산파역인 권산혁 박사(서울대 의대학장)는 이 연수원이 지역사회가 요청하는 의사 및 보건요원의 배출을 목표로 의학교육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미 배출된 의사 및 보건요원에 대한 재교육도 계획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금주 내로 국무회의의 의결에 따라 오는 3월3일 개원할 예정인 의학교육 연수원은 의학 및 관련보건분야 교육 종사자의 재교육, 교육과정에 의한 연구와 개발 및 자문, 교육보조 기재의 수집·전시·대여와 개발, 국내외 각 보건 교육기관의 협조 등을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의사는 1만7천여 명. 이 가운데 전문의가 5천2백63명이고 해외(특히 미국)로 빠져나간 의사는 2천5백여 명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14개 욋과대학에서 매년 1천 여명의 의사가 배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국내에서 실시되고 있는 의학교육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의사를 만드는데 주력했는지 어떤지 구체적인 검토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 세계 의학교육은『의학은 생산적인 삶의 주체로서 인간을 보살펴야 한다는 주장,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의 자질과 의학의 교육내용이 종래의 것과는 달리 인간을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개인의 건강문제는 그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그 지역사회의 책임이라는 기본적인 인식을 토대로 삼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설치된 의학교육 연수원이 세계 조류에 부응해서 우리나라 의학교육의 혁신에 기여할 것으로 의료계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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