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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 위장해 상장기업 인수까지 … 진화하는 조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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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재작년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조모(51)씨는 한때 호남 지역을 주름잡았던 폭력조직 익산 역전파 조직원 출신이다. 하지만 평소엔 ‘회장님’으로 통했다.

 마약 전과가 있는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업가로 변신했다. 처음엔 건강보조식품과 의료기기 등을 다단계로 판매하는 사업을 했다. 몇 년 후 포장재를 수출하는 코스닥 등록사의 대표로 등극한 데 이어 2011년 코스피 상장사 대표가 됐다.

 그러나 조씨의 회사는 상장 9개월 만에 상장 폐지됐다. 조씨가 날림으로 상장한 뒤 회사 돈 50억원을 횡령한 게 결정적 이유였다. 당시 수사 관계자는 “이는 기업사냥꾼으로 변신한 조폭의 첫 사례”라며 “특히 조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원금의 5~6배를 갚으라고 폭행·협박한 조폭도 같이 검거됐었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예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직접 운영하거나 강남에 대형 호텔을 지은 뒤 풀살롱을 운영하며 돈을 긁어 모은 조폭 출신도 적지 않다. 조폭은 룸살롱·오락실 등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자릿세를 뜯어내는 1세대 ‘갈취형’에서 부동산 재개발·재건축 현장 등의 이권에 개입하는 2세대 ‘혼합형’을 거쳐 최근엔 3세대 ‘합법 위장 기업형’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인터넷 도박, 벤처기업 운영, 프로스포츠 도박, 상장 회사 인수 등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검찰이 제3세대 기업형 조폭과의 전쟁에 나서기로 했다. 조폭의 진화에 대응해 특수·금융수사 방법을 동원해서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윤갑근)는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전국 조폭 전담 부장검사·검사·수사관 전체회의’를 개최했다. 검찰 내 50여 명의 조폭 수사인력이 한자리에 모인 건 기관 출범 이후 66년 만에 처음이다. 조폭과의 전면전 선언도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24년 만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토털 사커(Total Soccer)’와 같이 모든 구성원이 전력을 다해 뛰는 검찰이 돼야 한다”며 “국내 폭력조직이 야쿠자나 마피아 같은 거대 조직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아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김 총장은 “조폭 수사에선 범죄수익의 환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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