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신저·드라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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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중동에서의 전쟁은 복잡 미묘한「비즈니스」같다. 그 진상의 전부를 알기 힘든 것은 물론, 다소 쉽게라도 알 수가 없다.
최근 제5차 중동전의 임박설이 파다한 가운데 미국의 엄포도 끊임없이 잇달고 있다. 산유국이 석유 가를 가지고 서방을 계속 위협하면 군정개입도 불사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사를 뒷받침이라도 하듯이 미국 해병대는 최근 중요한 연습작전을 실시 한 일이 있었다.
종래「정글」전 전문의 훈련을 사막 전 훈련으로 바꾼 작전부터 주목하게 된다. 9천명의 병력과 수 백대의「탱크 및 항공기와 전량이 동원된 대 연습 작전이 작년부터「캘리포니아」주와「애리조나」주 사이의「모하베」사막에서 실시되었었다.
이와 때를 같이 해서 미국의 고급 시사 잡지인「코먼터리」1월호엔 이런 권 두 논문이 실려 있다. 「존즈·홉킨즈」대학에서 국제 관계론을 강의하는「로버트·타커」교수의 기고. 그는 미국이 중동에의 무력행사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그「시나리오」는 대략 이렇다.
①미국은「페르샤」만 서안의「쿠웨이트」에서「카마르」에 이르는 총6백㎞ 지점을 점령한다.(이 지역은 OPEC가맹국의 원유 총 생산량 중 40%를 산출).
②이 지역은 인구가 밀집하지 않은 지대로「정글」이 아니기 때문에 군사활동이 월남의 경우보다 수월하다. 한편 소련의 군사적 반응도 적은 곳이다.
③석유시설이 더러 파 되겠지만 서너 달이면 복구할 수 있다.
점령 후 미국은「배럴」당 5, 6「달러」의 새 공정가격으로 원유를 세계에 배분, 「아랍」의 국제원유「카르텔」을 붕괴시킨다. 「타커」교수의 이와 같은 분석에 대해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대변지인「월스트리트·저널」과 같은 신문은 사설을 통해 공명하고 있다. 그 신문은『산유국들이 서방, 특히 미국의 결의를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미국이 우려하는 소련의 향배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견해가 없지 않다. 세계 식량의 50%이상을 미국 본토에서 생산하고 있는 미국의 존재는 소련뿐 아니라 사막지대인 산유국에 대해서 암묵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OPEC내부에서는 석유가 문제로 최강경파인「이란」에 대해서는 왕제를 위협하는 공작이 미국 CIA에 의해 부단히 계속 되고 있다. 현「팔레비」왕은 1953년「모사테크」정권의「쿠데타」음모를 누른 국왕 파의「쿠데타」로 집권을 계속할 수 있었다. 이때 미국 CIA의 힘을 빈 일도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파이잘」왕도 좌경 세력에 의해 폐위의 위협을 받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미국 CIA는 그런 분위기를 충분히 이용하고 있다. 사실 석유위기로 인해 서방제국의 경제 파탄은 좌경 세력의 발판을 만들어 주고 있다.
「키신저」의 중동외교는 이런 배경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그야말로 복잡 미묘한「비즈니스」의 내막이 중동의 지하엔 숨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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