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기」에 묶인 경찰력…마비된 치안|서울 「각종사태」 대비 등으로 50%가 항시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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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범죄를 쫓고 예방해야할 경찰병력이 기동 타격대·상황실·형사대기실·각종경비 근무차 출동 등으로 발목이 묶여 치안 망이 곳곳에 뚫리는 허점을 드러내고있다. 특히 각종사태와 요인 경호경비 등이 잦아지면서 가뜩이나 인구에 비해 절대수 마저 모자라고있는 경찰력이 파출소근무병력은 물론 외근형사들까지 하루종일 철조망으로 둘러싼 「버스」에 갇혀 우두커니 대기하고 있는 등 경찰의 형사활동이 마비 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대도시 변두리지역의 도법을 비롯, 곳곳에서 「택시」강도·살인 사건등 각종 강력 사건이 급증하고 있으나 범죄검거 실적이 떨어지는 등 치안공백상태를 더욱 악화시키고있다.
서울의 경우 일선경찰서의 외근형사는 최고 56명(중부경찰서)∼최하 30명(북부경찰서)으로 이들 가운데 형사대기실에 8∼9명, 상황실에 8∼9명, 기동 및 5분 타격대에 9∼10명 등 50%에 이르는 25∼28명이 24시간 대기상태에고정적으로 묶여있다.
이밖에 심한 경우 한달 이면 20여일씩 있는 요인 등 각종 경호경비·요소경비에 자율되는 인력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어 실제 강력범 등 범죄수사나 예방활동은 언제나 뒷전으로 미루어 지고있는 실점.
시경집계에 따르면 서울시내에서는 하루평균 절도 80∼1백건, 강도 3건, 기타 범죄 2백50건 등이 일어나고 있어 시내 외근형사는 현재의 8백25명보다 1천여명이 더 많은 1천8백여명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태부족인 외근형사들 가운데서도 50%에 이르는 4백여명이 항상 대기상태로 발이 묶여있으며 각종 사태 발생 때는 수사요원을 비롯한 경찰병력이 거의 모두 출동해야 한다는 것. 「다중범죄진압사건」이 자주 있는 D서의 경우 각종사태가 가장 심할 때는 총원 4백27명중 각 파출소 1, 5분 타격대 l2, 유치장 10, 형사대기 10, 상황실 10, 교통경찰관 25명 정도를 제외한 약75%의 경찰관이 동원돼 방범 및 각종수사활동이 모두 정지된다는 것.
일선 경찰서의 경우 평상시외근형사들이 자신의 책임지역을 순찰하는 등 범죄예방활동을 제대로 펼 수 있는 것은 4일에 하루꼴. 나머지 3일간은 당직·서류정리 등 잔무처리와 상황실 또는 타격대 근무·주간 고정배치 등에 동원되고 있으며 그나마 하루도 진압병력에 차출되거나 큰 범죄사건이 나면 공백을 가져오게 마련으로 1주일 또는 1개월씩 책임지역을 돌아보지 못하게 되는 일이 많다.
이 같은 치안허점을 틈타 서울시내에서는 올 들어 열흘동안에만도 12건의 강도사건이 발생했으나 13일 현재 이 가운데 단4건을 해결했을 뿐 나머지 8건은 단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찰관 1인당 관할인구는 7백20명(일본은 5백78명)으로 파출소요원은 한 명이 평균 2천8백55명의 인구를 맡고 있다. 특히 지서요원은 1개읍 또는 면을 평균 7명의 경찰관이 맡고 있는 등 전반적인 경찰관의 수는 관할구역과 인구에 비해 크게 모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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