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마진 터무니없이 높아 수입사들 "입점비 등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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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가 소비자가 많이 찾는 13개 수입제품 통관 가격과 국내 판매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같은 제품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났다. 대부분 제품의 판매 가격이 통관가보다 두 배 이상 비쌌고, 심지어 35배 더 비싸게 팔리기도 했다.

 샘소나이트 여행가방은 166.7달러(약 17만 8502원)에 수입돼 면세점은 345달러(약 36만 9426원), 일반 매장에서는 47만원에 판매됐다. 캠퍼 신발도 114.3달러(약 12만2392원)에 들여온 제품이 면세점에선 260달러(약 27만8408원)에, 백화점을 비롯한 매장에서는 34만8000원으로 가격표를 바꿔 달았다.

 505달러(약 54만860원)에 들여온 토즈 핸드백은 원가의 세 배인 167만원에 판매됐다.

 수입 업체들은 “입점 비용과 인건비·매장관리비, 여기에 재고처리 비용까지 떠맡아야 하기 때문에 수입원가와 판매 가격 차이를 모두 이익으로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독점 수입업체 관계자는 “수입 업체의 실제 수익은 패션브랜드의 경우 수입원가의 20~30% 수준이고 화장품은 이보다 좀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용을 감안해도 제품 가격이 너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수입 명품의 경우 백화점 입점 수수료도 30%가 넘는 국내 브랜드에 비해 10% 정도로 적은 편이다. 수입업체의 마진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김주영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제품 원가의 50% 정도를 적정 유통마진으로 보는데 100~200%는 터무니없이 과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수입제품 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병행수입과 해외 직접 구매 활성화가 필수다. 장은경 소비자원 가격조사팀장은 “업체의 가격 결정권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지만 판매처에 따라 가격 차이가 심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장 팀장은 “수입 경로를 다양화하면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가격은 자연스럽게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문병주(라스베이거스)·최지영·구희령·채윤경 기자

◆병행수입=해외 상품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진 업체가 아닌, 다른 수입업자들도 물건을 들여와 팔 수 있는 방식. 정부는 1995년 11월부터 수입 공산품 가격을 내리기 위해 병행수입을 허용했지만 규제와 독점업체의 방해로 병행수입이 지지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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