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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발레 이젠 도약기 … 세계에 통할 '수출작' 개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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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3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 중인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 “관객들에게 감사한다는 의미에서 30주년 슬로건을 ‘땡큐’라고 정했다”고 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 발레의 개척기는 끝났습니다. 이젠 우리 창작 발레의 라이선스를 세계시장에서 팔 수 있는 수준으로 도약해야 합니다.”

 21∼23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창단 30주년 기념 ‘스페셜 갈라 공연’을 펼치는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51) 단장은 “앞으로의 여정이 더 중요하고 험한 길”이라고 말했다. 1984년 창단한 유니버설발레단은 그동안 1400여 회 국내 무대에 작품을 올렸지만, 갈라 공연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라 바야데르’ ‘잠자는 숲 속의 미녀’ ‘오네긴’ ‘발레 춘향’ ‘로미오와 줄리엣’ ‘해적’ 등 30년간 유니버설 발레단이 공연했던 작품 속 명장면을 선보인다.

또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 서희,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무용수 강효정,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고르 콜브 등이 특별 출연한다. 창단 멤버로 유니버설발레단 생활을 시작한 문 단장은 “관객이 없어 공연을 못할 정도의 발레 불모지에서 이만큼 성장했다는 게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62년 창설된 리틀엔젤스예술단을 유니버설발레단의 모태로 꼽았다.

 “‘한국’이라면 전쟁고아만 떠올리는 외국 사람들 앞에서 리틀엔젤스예술단이 우리 문화를 많이 보여줬어요. 그 공로를 인정받아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학교 지을 땅을 받았죠. 그래서 74년 개교한 학교가 선화예술학교에요. 그곳 무용과에서 길러낸 무용수들이 발레단 창단의 주역이 됐지요.”

 선화예술학교와 모나코 왕립발레학교를 거쳐 워싱턴발레단에서 활동하던 문 단장은 유니버설발레단 창단에 맞춰 귀국했고, 95년부터 단장 직을 맡고 있다. 21세부터 51세까지, 그가 밟아온 유니버설발레단의 역사는 우리 발레의 발전사이기도 하다.

 “92년 당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예술감독이었던 올레그 비노그라도프를 초빙했어요. 그해 초연한 ‘백조의 호수’를 시작으로 ‘잠자는 숲속의 미녀’ ‘지젤’ ‘라 바야데르’ 등 마린스키 발레단 전통의 고전 발레를 국내에 정착시켰지요.”

 창단 이듬해인 85년 시작한 해외투어도 한국 발레사에서 첫 시도였다. ‘발레의 변방’인 한국의 발레단을 초청하는 나라는 없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의 해외공연 비용은 전액 발레단 예산으로 충당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17개국 1800여 차례의 해외 공연을 했다. 문 단장은 “한국 정서에 기반을 둔 국제적인 작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발레계의 당면 과제도 언급했다.

 “각 지역에 소규모 발레단이 많이 생겨야 합니다. 남성 무용수 군복무 문제도 심각하죠. 장기 계획을 세울 수 없는 공연장 대관 시스템도 고쳐야 합니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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