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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공중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잔디에 들어가지. 마시오』『진열품에 손대지 마시오』『소변 금지』『금연』등 당연한「일」들을 삼가 달라는 요구가 너무 많다.
각 역구내에는『뛰지 마시오』라는 주의 사항이 큼직하게 적혀 있다.
해방 30년 동안 숱한 혼란과 변혁 속을 비비대며 살아오는 사이 기본질서라고 할 수 있는 공중도덕이 땅에 떨어진 것만은 사실이다.
66년3월『줄을 서서 차례로 타 주세요』『어린이를 보호하세요』라는「플래카드」를 든 어린이들이 색다른 시위를 벌였다. 서울 용두국민학교 박모양이 상도동「버스」종점에서 만원「버스」를 타려던 어른들에게 밀려 차 밑에 깔려 죽은데 대한 꼬마들의 항의「데모」였다.
공중질서가 파괴될 경우 엄청난 사고를 유발하기 마련.
74년9월28일 추석을 이틀 앞두고 용산역 구내에서 일어났던 일.
부산행 완행열차를 타려던 승객5백여명이 차를 먼저 타려고 계단을 뛰어 내리다 4명이 압사하고 46명이 부상했다. 더우기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사고는 술 취한 군인 1명이「러닝샤쓰」바람에 손에 돌을 들고 다른 군인들과 시비를 벌이며 계단을 내려오다 넘어지면서 연쇄적으로 밀리는 바람에 일어났다는 것.
이같은 예로 60년1월26일의 서울역 사고(사망 31명, 부상 49명), 광주 공설 운동장 앞 사고 사망 13명, 부상 1백여명)도 모두 같은 유형이다.
철도청 한 관계자는 이같은 사고는『운영이나 경비 문제를 떠나 후진국 사회에서나 일어날수 있는 사고라고 지적, 국민서로가 공중질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이제는 공중도덕을 존중하는 시민의 자세가 아쉽다고 했다.
한국 도덕과학 연구 협회(회장 박관수) 상임 이사 김정준씨는『경제 성장이 급진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에서 정신문화는 오히려 뒤떨어진다』고, 말하고『한때 전차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서던 풍습이 사라져 가는 모습이 오히려 아쉽다』고 탄식했다.
서울 1사6366호「택시」를 운전하는 모범 운전사 장석균씨(37·모범 운전사본부 교양과장)는『육교 밑을 뜀박질로 횡단하거나 건널목 아닌 곳으로 지나가는 것은 공중질서 이전의 문제』라고 지적하고『손님들이 모범 운전사니 교통순경한테 걸려도 잘 봐줄 것이 아니냐며 차를 세울 수도 없는 곳에 부득불 세워 달라거나 일방통행으로 들어갈 수 없는 골목길에 들어가자고 우길 때는 손님과 싸우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장씨는 또 운전사나 승객들이 법이나 질서를 지킬 생각보다는 우선 내 자신이 편리할대로 행동하여 법을 피할 생각만 한다고 꼬집어 말했다.
해마다 2백여만명의 관중을 동원시키는 서울·효창·장충동 시립 운동장에는 평균 20%가 공짜 손님이라는 것.
서울 운동장장 서윤복씨는『해마다 40여만명이 공짜 구경을 하는 셈이며 아무리 단속을 해도 막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72년10월. 이정수씨 피납 사건 1개월만에 수사본부에 들어온 시민 제보 1백51건 중 82%인 1백51건이 모두 허위신고로 밝혀졌다. 수사의 혼란만 일으키게 하는 공중심리의 타락. 성년시민 사회에서는 이제 이같은 일이 없어져야 할 때가 됐다.
사회병리 연구소장 백상창씨는『우리 사회는 이미 도덕적 공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하고『공중질서 파괴 등의 부조리는 사고(사고)의 조화를 상실한 행위의 강박 증세』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백씨는『도덕의 공백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의 본능을 억제할 줄 아는 생활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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