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68)함부로 수술하는 것은 위험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파키스탄」의 외과의가 발기불능을 수술적으로 교정했다는 보고를 읽은 적이 있다. 하퇴의 기능상 소용없게 된 뼈를 뽑아서 알맞게 깎아 해면체 사이에 매몰시키는 수술이라고 했다.
젊은 나이에 발기 불능케 되었다면 그런 수술과 수술 후에 골절(?)이 일어나지 않게 고이 간직해야 하는 고역쯤은 감수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하찮은 허욕으로 후회 막급하는 군상을 보면 딱하다고 느끼기 전에 고소부터 앞선다.
죄 없는 신체의, 그것도 가장 중요(?)한 부분에 약물을 주입케 하여 득의에 찼던 것은 순간이고 염증을 일으켜서 갖은 곤욕을 치르는 신사가 있는가 하면 주입된 약물이 엉켜서 딱딱한 「콘크리트」같이 되어 그것을 제거하는 수술을 또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신체의 다른 조직을 떼 넣어서라도 가장 남성(?)답게 만들어 달라고 열등의식에 사로잡힌 진지한 애소도 듣다 보면 때론 웃지도 못할 경우가 있다.
키가 큰 사람만이 반드시 남성미를 갖춘 것은 아니며 더욱이 그것이 여성의 섬세한 감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생물학자인 「킨제이」의 실험은 그런 속설을 뒤엎는데 약간의 도움을 주고있다.
그에 의하면 질벽이나 자궁경부는 지각신경이 몹시 둔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히려 요도가 더 예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그런지 독신여성이 때때로 묘한 이물을 삽입하였다가 실수하여 방광 속에까지 들어가게 되고 그것을 중심으로 거대한 결석을 이루게 되는 증례가 심심찮게 보고되는가 보다.
전상이나 그 외의 원인으로 반 이상이 절단된 사람을 남편으로 모시거나, 또는 거의 발기 불능에 가까운 남편에게 용기를 주고 거센 압박만으로도 충분히 행복(정신적인 것 이외에 육체적인 면에서도)에 겨워하는 갸륵한 부인의 예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오히려 왜소하기 때문이라기보다 너무나 거대하기 때문에 못 견디어 도망가는 쪽이 더 많지 않을까?
악기에 절묘한 소리를 내게 하기 위해서는 난폭하고 조잡하기보다 섬세한 기교와 손길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높고 험한 산만이 명산은 아니며 낮더라도 아담한 산이 얼마든지 명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주익<피부과 전문의·의박>]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