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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법인카드로 음주 금지 … 치킨집도 포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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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공공기관 관용차의 배기량 수준을 2000㏄(쏘나타) 이하로 낮추라고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이성보)가 기획재정부에 권고했다고 19일 밝혔다. 호프집이나 술을 파는 카페 등에서의 법인카드 사용도 금지하라는 권고도 함께 전달됐다.

 그간 공기업과 공공기관 등에는 업무용 승용차 사용규정 등이 마련되지 않아 과도하게 배기량이 큰 승용차를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권익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사장(3800㏄)과 감사·이사(3200㏄)뿐 아니라 본부장급(3000㏄)에게도 대형 승용차를 배정해 3000cc급 이상 승용차를 10대 운영해 왔다. 권익위가 지난달 69개 기관을 점검한 결과 46개(66.7%) 기관이 기관장뿐 아니라 임원에게도 전용차를 지원하고 있었다. 장관(3300㏄)과 차관(2800㏄)에게만 전용차를 마련해주는 정부부처에 비해 과도한 혜택을 주고 있는 셈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의전 등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업무용 승용차를 2000㏄급 이하로 축소하도록 권고했다”며 “모두 2000㏄ 이하를 탈 수는 없겠지만 지금처럼 과도하게 큰 차를 타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공공기관 직원이 맥주·호프·치킨·포차·일본식 선술집 등의 일반주점과 술을 파는 카페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금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도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 등에서는 업무추진비로 법인카드를 쓸 수 없도록 하고 있으나 일반술집에서 법인카드 사용은 허용되고 있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거래소는 일반주점 등에서 6979만5000원을 지출했고 토·일요일에도 506만3000원을 썼다고 한다. 권익위 관계자는 “공식 행사 등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법인카드의 음주 목적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며 “근무지와 무관한 곳에서 업무 관련성이 적은 지인과 식사하는 것 등도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익위는 법인카드 사용 위반자에 대한 비용 환수와 징계조치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권익위 권고는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공공기관 정상화를 주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법인카드 사용을 투명화해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 풍토를 근절할 수 있을 것이란 긍정론과 함께 ‘꼭 필요한 경우’와 같은 추상적인 기준이 실제 무분별한 법인카드 사용을 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엇갈리고 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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