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징계론으로 맞선 정 의원 발언의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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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회기 말의 국회운영이 좌초됐다. 개헌논의로 시작된 올해 정기국회는 막바지에 이르러 대통령 하야까지 거론되는 체제공방으로 발전됐다.
신민당이 문제가 된 정 의원 발언을 당론이라고 확인을 함으로써 훨씬 복잡한 사태를 몰고 왔다.
여당측은 처음에 정 의원에 대한 징계대책을 세웠다가 신민당 의원총회에서 정 의원 발언을 당론으로 규정하자 바로 현 헌정체제에 대한 부정론으로 간주했다.
대응책의 방향은 『신민당이 이를 시정하지 않는 한 국정을 같이 논의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야당의 입장은 정반대. 이택돈 신민당대변인은 『정 의원의 의견은 민주국가에 있어 국민 누구나 다 주장할 권리가 있는 것이며 국회 역시 그에 관해 발언하고 결의할 수 있다』고 했다. 따라서 정 의원 발언을 봉쇄한 송호림 의원(유정)이 징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당 일부에서는 정 의원 발언을 둘러싼 여야격돌은 의장의 경고, 발언중지나 아니면 발언 후의 취소 삭제 등으로 조용하게 수습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 보는 사람이 없지 않다. 일부 의원의 과격행동으로 문제가 어렵게 되지 않았나 하는 견해다.
「하야」란 표현은 신민당이 사후에 당론이라 했지만 사전에 공식으로 논의한 일이 없다. 그래서 야당 안에서도 마지막 「카드」를 들어내서 정국좌초를 앞당긴 것이 아니냐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 의원 발언사건으로 여야간에 합의했던 국회운영일정은 완전 백지화했다. 여당에서는 우선 이번 회기 중에 산은법 개정안을 비롯한 4개의 경제관계법안 등 20여개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야당은 적극적인 방법으로 이를 저지하기로 했다. 야당으로서는 「날치기」아니면 변칙처리에 대비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는 것 같다.
정 의원 징계는 발언내용이 신민당론으로 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에 의해 16일 정식 동의되었다.
의원직을 사퇴시키는 제명에는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 비밀투표에 의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유정회 72, 공화당 68석으로 무소속에서 3명 이상의 동조를 얻어 1백43명이 되어야만 3분의 2(현재 재적 2백14명)를 확보할 수 있다. 제명을 표결할 때 야당에 의한 단상점거, 투표방해 등 극한투쟁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정 의원 발언을 「당론」이라고 한 야당이 후퇴할 기미는 거의 없다. 여당이 앞으로 남은 18일까지 불과 2, 3일의 회기 안에 정부제출법안만을 강행 처리하는 것으로 끝낼는지, 징계강행 등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을 들고 나올는지에 따라 정국기상은 좌우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일단은 이번 회기에는 「12·7 경제조치」와 관련된 필요법안만을 처리하고 장기적인 대야방향 설정은 국회개회 후로 미룰 가능성이 없지 않다. <조남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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