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에 선풍적인 화제|소년기사 조치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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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일본에서 수업중인 조치훈 6단(18)이 지난 12일 제22기 일본기원선수권 전에서 도전자가 됐다는 소식은 국내 기계에 선풍적인 화제를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
조6단에 대해서는 일본에서도 지난 72년 조6단(당시5단)이 제10회「프로10걸 전」에서 3명의 9단을 연달아 물리쳤을 때 이미 「선풍을 불러일으킨 기사」라는 절찬을 받았었다.
당시 조 군은 최연소·최저단자의 기록으로 「타이틀」전의 본선에 올랐으며 「가노」9단(윤기현 7단의 스승), 「하시모도」9단, 「가지와라」9단을 연파했으나 준결승에 오를 관문에서 임해봉 9단에게 저지 당했었다.
이번 조6단의 도전 권 획득은 그 임9단에게 그때의 분패를 깨끗이 설욕한 셈이다. 또 조 군은 당시 임9단에게 진 다음 5∼8위 전에서「사까마」9단에게도 분패했었다.
이번 그가 제22기 일본기원 선수권 전에서 도전할 상대가 바로 그「사까다」9단이다. 과연 이번에는 2년 전의 설욕을 하고 정상을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다.
「사까다」9단은 「기다니」시대 이후 「이시다」가 나오기까지 일본인으로서 일본 바둑계를 대표하는 실력가였다. 현재 55세로 비록 전성기는 지났다 하지만 일본기계의 최강자중 한사람이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사까다」9단의 전성기는 그러니까 조 군이 코흘리개 천재소년으로 도일(62년)할 무렵인 63년 께다. 이때「사까다」는 7개의「타이를」을 모조리 석권했으며 본인 방 7기 연패, 명인 2기 연패를 기록했다. 그는 또 명인·본인방 역사상 양대 「타이틀」을 같이 차지한 첫 2관 왕이기도 했다. 이 2관 왕의 위업은 지금까지「사까다」이후 임 9단과 최근의「이시다」9단등 3명밖에 이룩하지 못했다.
「사까다」의 바둑은「우지사와」9단의 말대로『타협이 없는 바둑』으로 알려져 있다.
기풍이 예리해서 상대방의 약점을 그대로 두지 않고 철두철미하게 규명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면도날 사까다」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그는 또「타개의 사까다」, 또는「수습의 사까다」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프로」기사가 봐도 금방 죽을 것 같은 말을 묘하게 잘 살려 낸다는 것이다. 이때 주위의 말에 조금도 불리한 영향을 받지 않고 수습하는 것이 그의 특기.
이에 비하면 조6단은 이제 신인이다. 68년에 11세로 입단해서 그 해 2단 승단, 그 다음 5단(71년)까지는 매년 승단 했고 73년 가을 2년만에 6단에 올랐다. 입단부터 승단 기록이 모두 최연소기록.
조 군과 같은 「기다니」문하생인 명인·본인 방「이시다」9단은 조 군에 대해『형세를 비교적 빨리 보는 편이며 계 가가 재치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역시 같은 문하의 가도 8단은『어릴 때는 섬세함이 부족한 법인데 조 군은 미리부터 착실한 계산을 하며 승부의 근성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 6단과「사까다」9단의 도전 5번 기는 그야말로 노장과 신인의 대결이다. 「사까다」가 최강자의 한사람이며 노련한 실력가지만 조 군이 물리치고 올라온 「이시다」9단, 「오오다께」9단, 임해봉 9단 등 3강자보다 세 다고 볼 수는 없어 신인과 노장의 싸움은 정말 어울리는 접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바둑은 실력 외에 정신력과 체력의 소모전이다. 55세의 노장에게 도전하는 조 군에게는 젊음의 패기가 있어 정상에의 길이 멀지는 않을 것이다. 「기사운삼」이라고 바둑에는 기력 외에 운이 많이 따른다는데 조 군의 승운을 비는 많은 한국「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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