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세광, 일어로 옥중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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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나는 살고싶다』『암살목적으로 고국의 땅을 밟았을 때 조국의 하늘이 이처럼 푸른 것을 처음 알았다』는 내용의 옥중수기를 8·15 저격범 문세광이 작성, 13일 서울구치소에 냈다.
구치소용 접견내용기재용지 32장으로 된 이 옥중수기는 지난 5일자로 매듭지어진 것으로 문은 첫 머리에서『태어난 몸으로 마지막 수기마저 우리 글로 쓸 수 없음을 한탄한다』고 토로.「문세광」이라는 세 글자만 한글로 쓰여졌을 뿐 전문이 일본어로 돼있다.
이 수기에서 문은 자신의 성장과정을 상세히 기록, 국민학교 때 일본인 학우들로부터 얻어맞고 또 때려주던 일, 중학교 때 담임선생이「죠오센징」이라 하여 차별하는 일본인 급우들을 나무라던 일. 고교 때 교사가 말끝마다「죠오센징·죠오센징」하며 멸시해 가슴아파했던 일들을 회상했다.
문은 이러한 성장환경 때문에 민족적인 소외감을 절실히 느꼈고『공산주의가 아니면 이 소외감을 벗어 날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으며 김대중씨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되어 김호룡과 뗄 수 없는 관계에 빠져들게 된 과정 등을 낱낱이 적었다.
문은 현재의 심정을 적으면서『저토록 푸른 하늘 아래에서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게된 내 자신이 더 할 수없이 한스럽다』고 적고『나는 살고싶다. 나는 살아서 또 다른 인생을 개척하고 싶다』는 등 삶에 대한 지극한 애착을 수기 이곳저곳에서 자주 되뇌고있다.
문은 자신에게 다시 한번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면『국군에 들어가 조국의 젊은이들과 삶을 나누고싶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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