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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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앞으로 환율조정이 외환사정을 호전시킬 때까지의 과도기를「스무드」하게 넘기기 위해 2억「달러」의 은행차관 도입을 추진하는 한편, 민간의 현금차관 도입도 신축성 있게 허가할 방침이라 한다.
환율조정이 적기를 잃음으로써 그동안 수입은 지나치게 촉진된 반면, 수출「네고」는 지연되어 외환사정은 한계선까지 악화했었다.
또 수출상의 채산성 악화 때문에 수출교섭이 하반기 이후 정체하여 신용상래도액은 계속 감소추세를 지속해온 이상 비록 환율조정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내년 1·4분기의 수출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없게 되었다.
이러한 정체효과의 지체성과 사전조정의 결여로 파생되는 문제점을 은행차관·현금차관으로 우선 메워나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일단 인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좀더 시각을 달리해서 사태를 달리 평가할 여지는 없는 것일까.
우선 금년도 수입실적에는 가수요가 크게 내포되어있는 것이며, 기업의 재고로서 내년에 이월될 부분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서는 외환대책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업체의 재고가 1천만「달러」수준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이라면 내년도 1·4분기 수입수요에는 많은 조정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재고가 적거나 비축을 위해서 내년 1·4분기 중에 꼭 수입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예년과 같은 비율로 1·4분기 수입이 늘어나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도 1·4분기 수입수요는 일단 딴 각도에서 추정해서 수입 자체를 예년보다 줄이는 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를 위한 기초자료는 간단히 나올 수 있다. 가령, 예를 들어 1·4분기 수입수요를 20억「달러」, 이월재고를 4억「달러」라고 가정한다면 1·4분기 수입계획은 16억「달러」로 일단 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재고금융잔고나 비축금융잔고가 실물잔고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며, 또 재고 중에는 정상재고수준과 초과분이 섞여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할 것이나 그렇다 하더라도 초과이월재고를 고려치 않고 수입계획을 짜는 것은 너무나 사치스러운 생각이다.
다음으로 대외부채관리 면에서 단기채의 계속적인 증가를 허용하는 모순을 앞으로 어떻게 극복, 정상화시켜나갈 것이냐 하는 장기과제를 전제로 해서 은행차관, 현금차관 도입을 다뤄 나가야 하겠다. 솔직히 말해서 D/A「유전스」, 그리고 「리파이넌스」 등 단기채는 우리의 경제규모나 무역규모에 비해서 지나치게 확대된 실정이며, 때문에 국제자본시장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부채관리에 난점이 제기되는 모순이 있다.
그러므로 부채구조를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장기과제를 저해하는 단기부채는 가급적 억제해야 한다. 물론 일시적인 외환「갭」을 메우는 데에는 단기부채 도입이 적격이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에 국한돼야 할뿐만 아니라 그 일시가 지나면 상환정리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사태가 궁색해지면 우선 빚을 져보려는 것은 국가나 개인이나 마찬가지로 부채의 멍에 속에 빠지는 것이 된다. 이런 타성에 젖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단기부채 증가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여지는 없는 것인가를 다시 한번 검토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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