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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과잉 유동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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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2·7조치」는 금융 부문에 심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재정 부문의 철초를 흡수하기 위해선 금융은 고통스러운 긴축을 강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잖아도 금융은 최근 들어 재정 부문으로부터의 거센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4·4분기에 들어선 종래 통화 환수 부문이던 재정이 증발 부문으로 반환됨으로써 민간 부문과 더불어 통화 급증의 상승 작용을 하고 있다.
때문에 상반기만 해도 정체 상태에 있던 통화가 11월 말 현재는 연율 23.09%로 크게 늘었다. 11월 말 국내 여신은 작년말에 비해 41.1%, 1년 전에 비해 47.3%나 급증했다.
통화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런 통화 급증이 지극히 짧은 기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과잉 유동성이 갑자기 넘쳐흐르게 된 것이다.
11월 한달 동안만도 통화가 5백51억원, 국내 여신이 1천4백76억원이나 늘었다. 국내 여신의 급증은 정부 부문 추곡 수매 자금 방출 및 추경 집행과 민간 부문의 수출 및 재고 금융 누증에 원인이 있다. 통화는 계속 늘어날 추세에 있다.
우선 「12·7조치」에 따라 정부 재정에서 적극적인 경기 회복책을 쓰려면 통화가 크게 늘지 않을 수 없다. 투융자 예산의 조기 집행, 새마을 사업비의 집중 방출 등은 통화 증발 요인이 된다. 75년 예산이 팽창형으로 짜여 있는데 이나마도 경기 대책을 위해서 상반기에 집중 집행되므로 통화는 재정 「채늘」에서 콸콸 터질 것이다. 금융 부문은 재정 부문의 심한 살초를 흡수해야 하지만 금융 자신이 비대할 요인이 많다.
우선 수출 금융의 증가를 들 수 있다. 수출 절대액의 증가에 덧붙여 환율 인상에 따른 「달러』당 융자액의 인상은 수출 금융을 크게 부풀게 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특별 설비 금융으로 5백억원, 중소기업 자금으로 5백억원씩을 푼다. 내년 4월부터 실시될 관세 환급 제도 여신 팽창의 요인이 될 것이다. 「12·7조치」를 취하기 전에도 이미 유동성은 범람 상태다. 74년 재정안정계획도 당초엔 국내 여신 증가율을 33.7%로, 통화 증가율을 30%로 잡았으나 이것이 국내 여신 증가율 33.7%로 확대 수정되었다. 그러나 수정재정안정계획상의 45.2% 증가율조차 유지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즉 11월 말 현재 국내 여신이 이미 41.1%가 늘어 앞으로 12월 한달 동안에 4.1%(7백98억원)의 한도 여유로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 12월에도 계속 추곡 수매 대금, 각종 수출 지원 대금, 연말 결제 자금 등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 위에 환율 인상에 따른 5백10억원의 연불 수입 추가 부담 금융도 나가야 한다.
어느 모로 보아도 유동성은 계속 늘지 않을 수 없는 추세다.
환율 인상·석유가 조정 등으로 가뜩이나 「코스트·푸쉬」 요인이 충만하고 있는 판에 유동성까지 넘쳐 초과 수요까지 가세한다면 물가가 크게 뛸 것은 뻔하다.
이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선 금융 부문이 주름살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금융 부문엔 도저히 줄일 수 없는 성역이 있다. 즉 수출 금융을 비롯한 정책 금융이 바로 그것이다.
결국 일반금융·주택금융 등이 가장 갑갑함은 느끼게 될 것이다. 정부는 유동성 범람으로 인한 물가 자극을 완화하기 위해 내년 총통화 증가율을 35%로 누를 계획이다.
금융 긴축의 일환으로 「12·7조치」에서 지준율을 2%씩 인상, 약3백80억원을 더 묶기로 했다.
국내 여신이 늘어도 저축이 같이 늘면 통화 증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환율과 전기·철도 석유류 값 인상이 불러일으킬 「인플레·무드」 속에서 저축이 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잘못일 것이다. 오히려 이미 환물 투기 기미조차 보이고 있다.
때문에 75년 재정안정계획은 매우 「타이트』하게 짤 모양이다. 그러나 이미 저질러진 요인 때문에 재정 부문의 통화 증발은 어쩔 수 없으며 이를 금융 부문에서 어느 정도 완화하기 위해 각고의 긴축을 강행해야 할 것이다. 해외 부문은 금년의 통화 환수 요인에서 내년엔 균형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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