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권의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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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변호인의 변호권의 수속문제가 새삼 세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동안 법정변호로 인해 구속 기소된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피의자와의 교통 때문에 징계 기소된 변호사가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의뢰인에 대한 법정변호 때문에 구속 기소된 사건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드문 일로서 재경 두 변호사회는 그 석방을 진정하였고, 99명의 대변호인단이 구성되어 대법원의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또 변호사가 담당형사 피의자와의 접견을 이유로 징계 감청된 일도 드문 일로서 장차 변호사 징계위원회의 결정이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변호인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하고 있다. 헌법에 『누구든지 체포·구금을 받은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이같은 취지에서 신 형사소송법은 변호사의 지위를 검사와 대등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구 형사소송법은 직권주의를 바탕으로 한 구성이었으나 신 형사소송법은 당사자의 자유로운 변론을 기본으로 한 당사자 주의로 대 전환하였던 것이다. 이 제도는 한마디로 당사자주의·인권보장주의·공판중심주의·적법절차주의 등 영·미 법의 영향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도 운용은 아직까지도 구 형사소송법상의 직권주의·신문주의적으로 행하여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법무부에 징계가 요청된 임광규 변호사의 경우는 형사소송법 제34조의 해석 여하의 대립이라 할 수 있다. 이 조항은 『변호인은…신체구속을 당한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접견하고 서류 또는 물건을 접수할 수 있으며…』라고 규정한 것을 보더라도 획기적인 조문이다.
그렇다면 변호인이 피의자나 피고인을 입회인 없이 접견하고 또 서류 또는 물건을 검열 없이 접수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타당한 근거가 있다.
그러므로 변호인에게 피의자나 피고인의 자유접견·교통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된다는 것이 각국의 학설과 판례이다.
그런데도 검찰이 임씨의 행위를 변호인의 품위를 손상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접견에서 얻은 소류를 공표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도시 피의자나 피고인의 의사발표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규가 어디 있는가.
긴급조치위반과 법정모욕혐의로 구속 기소되어 실형 선고를 받아 대법원에 상고하고 있는 강신옥 변호사의 경우는 법정변론의 내용이 죄목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군법회의법은 그 제28조에서 『재판관 검찰관 및 변호인은 재판에 관한 직무상의 행위로 인하여 징계 기타 여하한 처분도 받지 아니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으니 법정변론의 내용이 면책사항이 된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일 것이다. 변호인은 극악무도한 살인범에 대해서까지 변론을 해야 하며 그가 맡은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야 하는 것이다.
자유법조계의 변호인이 공산주의 국가의 변호인과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공산주의 국가의 변호인은 검사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을 논고하는데 반하여 자유국가의 변호사는 피고인의 권리를 옹호하기 위하여 모든 방법을 동원할 의무와 권리가 있는 것이다.
이 모든 점에서 변호인이 의뢰를 받은 피고인을 변호함에 있어서 긴급조치 자체를 논할 수 있는 것은 일제 때 애국지사들을 변호하기 위하여 치안유지법 자체를 비판할 수 있었던 논리와 같이 당연하다.
앞으로 대법원과 법관 징계위원회는 공익권으로서의 변호권을 옹호하여 안으로는 우리 국민의 법과 사법작용에 대한 신뢰를 두텁게 하고 밖으로는 우방들의 우리의 인권사상에 대한 오해를 불식 해소하는 방향으로 결정하여 주기 바란다.
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떠한 피의자도 유죄가 확정될 때까지는 「이노슨트」(무죄)로 추정되어 일반 시민이 누리는 모든 권리를 법에 의해 충분히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수감 중에 있는 피의자나 피고인의 가족과 변호인 접견의 권리가 원천적으로 침해되는 사례가 단 1건이라도 존재하는 한 법치국가일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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