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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 질서 강조한 '이석기 내란음모'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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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법원이 내란음모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 의원 등이 가진 회합을 내란 모의 과정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물어야 할 때다.

 어제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김정운)는 이 의원에게 적용된 내란음모·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2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또 이 의원과 함께 기소된 당직자 등 6명에 대해 징역 4~7년씩을 선고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내란음모 혐의와 관련해 재판부는 “2013년 5월 두 차례의 회합은 RO(혁명조직) 조직원들의 회합”이라며 RO의 실체와 국헌문란의 목적성을 인정한 뒤 “이 피고인이 총책”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북한이 적화통일의 야욕을 거두지 않고 휴전 상태를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으므로 그 내란 실행의 합의에 실질적 위험성이 상당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민주주의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의원 등이 체제 변혁을 위해 사회혼란을 획책했다”는 검찰 기소 내용을 받아들인 것이다. 판결문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도 정부나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비판 내지 지지를 넘어서 대한민국의 존립과 국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내용까지 무제한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제시했다. 특히 이 의원에 대해선 “현직 국회의원 신분으로 대한민국과 우리 사회가 특별사면과 복권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관용을 베풀어 주었음에도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선고 직후 통합진보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명백한 정치재판이자 사법살인”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재판 결과를 놓고 정치적 시비를 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재판 진행 절차에 하자가 없었다면 법원의 판결을 일단 존중하는 게 옳다. 이 의원 자신도 지난 3일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재판을 공평하게 이끌어 준 데 대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결론이 기대에 어긋난다고 해서 판결의 정치적 배경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 헌법이 3심제를 보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판결 결과에 불만이 있다면 항소 절차를 통해 바로잡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욱이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이 진행 중인 만큼 법리와 증거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이번 재판은 대한민국의 존립과 자유민주주의 질서와 직결된 사안이다. 모든 사법 절차가 끝날 때까지 한 점 오점을 남기지 않도록 치우침 없이 재판이 진행되길 기대한다. 재판이 이념이나 감정적 대립으로 점철되기보다는 민주주의 질서의 건전성을 높이고 공동체의 분열을 막는, 성숙한 과정이 될 수 있게끔 사회 전체가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