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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의 굳힌 정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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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룻동안 머무르다 떠난 「포드」미대통령과 「키신저」국무장관. 이들은 22일 저녁 「리셉션」과 만찬회 석상에서 여야 정치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한국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반갑습니다』등의 이쪽 인사에 『고맙습니다, 안녕하십니까』고 응답하는 인사말도 오갔지만 친분 있는 정치인들과는 지난날을 회상하며 정담도 나눴다. 박정희 대통령도 모처럼 김영삼 신민당 총재 등 야당의원들과 환담했다.

<미국서 또 만나자고>
「포드」대통령은 전부터 친분이 있는 정일권 국회의장, 김용태·장경순·문태준(공화), 노진환(유정), 김영삼·고흥문·김형일·오세응(신민)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과 「리셉션」자리에서 특히 다정한 대화를 했다. 「포드」대통령은 주미대사 시절부터 알고 지낸 정 의장에게 『부인이 안부를 전하라고 했다』면서 『한국민들이 나를 열렬히 환영해 주는 것은 2억3천만의 미국 국민에 대한 우의의 표시로 생각한다』고 인사.
정 의장은 꽃병을 선물로 받은데 감사하고 답례로 자개「코피」상올 선사했다.
평소 서신 왕래를 하고 있는 김 공화당 총무가 『서울에서 다시 만나 반갑다』고 인사하자 「포드」는 『정말 기쁘다. 여당의 원내총무 일이 힘들겠다』고 했다.
「포드」대통령은 지난 1월 조찬기도회 때 만났던 김탁하(무) 노진환 의원에게 『언제 다시 미국에 안 오느냐』고 물어 두 의원이 『내년 1월에 또 가겠다』고 하자 『그때 만나자』고 했고 노 의원으로부터 「네센」대변인의 장모 최순옥 여사를 소개받고는 『「신디」송의 어머니시냐』면서 부둥켜안았다.
이효상 공화당 의장한테는 『한국의 환영은 난생 처음이다.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했는데 이 의장은 『이것이 우리의 우정』이라고 설명.
정내혁 의원(공화)은 「포드」에게 「멜빈·레어드」전 국방장관의 안부를 물었고 강병규 의원(공화)은 『한국민의 평화 열망을 「블라디보스토크」의 미·소 정상회담에 반영해 달라』, 서영희 의원(유정)은 『한국민들이 선량하고 훌륭한 대통령 밑에서 많은 일을 하려고 하니 도와 달라』고 요망했는데 「포드」대통령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여러 가지 볼 것 부탁>
신민당의 고흥문 정무회의 부의장은 「리셉션·라인」에서 「포드」대통령과 악수하며 『여러 가지를 잘 보고 돌아가시라』고 말했다. 「포드」와 교분이 있는 고부의장은 지난 15일 주한 미대사관 측으로부터 『따로 만날 시간은 없겠다』는 연락을 받고 21일 「포드」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와 기념품(자개상)을 대사관에 전달했다.
오세응 의원은 「포드」대통령에게 자기소개를 하며 『「워싱턴」에서 13년간 살았으며 미국에서 한번 뵌 일이 있다』고 했는데 「포드」대통령은 『13년이나 살았다면 「워싱턴」사람이 다 됐겠다』고 했다. 김형일 신민당 총무도 『각하의 원내총무 시절 의회 안의 사무실을 들른 적이 있다』고 하자 그는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택돈 신민당 대변인은 「포드」대통령에게 영어로 『신민당 대변인입니다』고 자기소개를 했더니 그는 웃으며 『아이·시·미스터·리』(알고 있다)라고 답변. 「포드」모든 대통령은 여성인 김윤덕 의원에게는 『야당 의원도 대통령을 좋아하느냐』고 농담.
만찬 때도 「포드」대통령은 「네센」백악관 대변인의 장모 최순옥 여사와 간단한 담소. 최 여사가 「포드」대통령에게 인사하자 「포드」대통령은 『「신디」송의 어머니』라고 반가와했고 「키신저」장관은 『아이·라이크·신디』라고 농담을 건네 장내를 웃겼다.

<못 밝힐 대화 나눠>
김영삼 신민당 총재는 박 대통령을 72년 광복절 이후 2년여만에, 야당 총재 취임 이후로는 처음 이날 「리셉션」에서 대면.
박 대통령은 「리셉션·라인」에서 김 총재와 악수하면서 『참 오랜만입니다. 김 총재 신수가 참 좋아졌군요』라고 인사했으며 김 총재는 『건강이 좋으십니까』고 물으며 인사했다.
김 총재는 만찬에서 「헤드·테이블」에 앉은 박 대통령의 바로 앞 「테이블」첫 좌석에 앉았으나 그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고 했다.
「포드」대통령은 「리셉션·라인」에서 김 총재가 『오랜만에 한국에서 만나니 반갑다』고 하자 김 총재의 어깨에 팔을 얹으며 『오, 「미스터」김, 잘 기억하고 있다』고 대답.
「포드」대통령은 김 총재가 부인 손명순 여사를 소개하며 『부인이 안 와 서운하다』고 하자 『다음에는 같이 오겠다』고 했다.
「포드」대통령과 김 총재 사이에는 또 한마디의 대화가 있었으나 김 총재는 『말할 얘기가 못된다』고 함구.
김 총재는 「러셉션」에서 「스나이더」주한 미 대사에게 이끌려 「키신저」국무장관과 인사를 나누었다. 「스나이더」대사가 『야당 당수 김영삼씨』라고 소개하자 「키신저」장관은 『무척 반갑다』면서 사진사에게 김 총재와 함께 사진을 찍도록 「포즈」를 취했다.
김 총재와 「키신저」장관이 대화를 하고 있는 동안 정국회의장이 다가와 『「스토롱」(강한) 야당 당수』라고 거들고 박준규 공화당 정책위 의장이 『김 총재는 현재 만족하고 있다』(현실을 만족하고 있다는 뜻인 듯)고 농담을 던졌다.
총재 취임 후 처음 만난 전주한 미 대사 「하비브」차관보는 『당수 취임을 축하한다』면서 『얼마나 바쁘냐』『얼마나 수고가 많으냐』고 요즘 사정을 물었다.

<사진보다 훨씬 젊다>
정·「키신저」국무장관은 「리셉션」자리에서 여야 정치인들과 비교적 많은 대화를 나눴다.
「키신저」장관이 「하버드」대학교수 시절 동대학 「세미나·코스」에서 수강했던 정국회의장은 「키신저」장관을 『마이·프러페서(나의 산수님)』라고 여야 의원들에게 소개.
「키신저」장관은 『한국에 지난번에도 다녀갔지만 한국 국민의 생동감과 근면성에는 항상 감명 깊은 느낌을 갖고 있다』고 방한 소감을 국내외 인사들에게 피력했다.
정 의장은 『이분이 야당 부당수』라면서 고흥문 의원도 소개.
이때 이철승 부의장이 다가서며 『당신이 「하버드」에 있을 때 내가 국방 위원장으로 그곳을 잠시 방문한 적이 있다』면서 악수를 청하자 정 의장이 『이분이 야당 출신 부의장』이라고 소개했다.
「키신저」장관이 「국회 부의장이 두분이냐』고 묻자 정 의장은 마침 근처에 있던 김진만 부의장을 불러 『이분은 여당 출신 부의장』이라고 했다.
「키신저」장관은 『왜 부인을 동반치 않았느냐』는 정 의장과 서영희 의원(유정)의 질문에 『「포드」대통령이 동반을 안했는데 나만 동반할 수 있느냐』면서 『그러나 중공을 방문할 때에는 동경에서 부인과 합류하게 돼 있다』고 했다.
서의 원이 『사진보다 많이 젊었다』고 하자 「키신저」장관은 즐거운 표정.
강병규 의원(공화)이 『내가 당신의 저서인 「핵무기와 외교정책」을 번역한 일이 있다』고 하자 「키신저」장관은 『미국에 오면 한 번 만나자』고 반색하기도. 「키신저」장관은 「리셉션·라인」에서 주로 근혜양과 많은 대화를 나눴으며 정 의장·최영희 의원과도 기념사진을 같이 찍었다.

<박 대통령도 장시간 야당의원들과 만나>
「리셉션」에서 많은 야당 의원들은 모처럼 박 대통령을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
신민당의 이택돈 대변인은 『안녕하셨읍니까. 바쁘시겠읍니다』고 박 대통령에게 인사했더니 박 대통령은 『TV에서 잘 봤읍니다』고 말하더라고. 또 이 대변인은 대통령 영애 근혜양에게도 『고생이 많겠다』고 위로했다는데 근혜양도 아버지인 박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대변인을 TV에서 자주 봤읍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여성 의원인 신민당의 김윤덕 의원의 인사를 받고는 『요즘 더 예뻐지신 것 같다』고 「조크」를 건네며 『뭣하고 지내며 애들은 다 잘 자라느냐』고 안부.
김 의원은 『요즘 하는 일이 더 많아졌읍니다』고 대답했다.
이밖에도 박 대통령은 우승환 의원(신민)에게 『요즘 재미가 어떠시냐』고 물었고 채문식 의원에게는 『별일 없으십니까』고 물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아침 공항에서도 만난 김형일 신민당 총무에게 『하루에 두번씩이나 만나게 됐다』고 「조크」했다는데 공항에서 만났을 때에는 『김 총무, 몸이 많이 난 것 같다』고 했다. 이에 김 총무도 『건강에 조심하십시오』라고 인사를 했다고.
한편 박 대통령은 공화당의 김유탁 예결위원장의 인사를 받고는 『아직 예결위는 시작하지 않았지. 언제부터 할 예정인가』며 바쁜 중에도 국회의 예산 심의에 관심을 보였다. 이에 김 위원장은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작합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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