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1)국립경찰 창설 제41화(2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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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찰독립 논쟁>
정부조직법안을 심의하는 국회에서는 이틀째 불꽃 퉁기는 경찰독립논쟁이 계속됐다.
48년7월15일 국회 제30차 본회의에서는 치안부 독립 안의 등의자인 정현모 의원 등 41명이 치안부 독립을 내용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수정안을 내놓고 토론을 벌였다.
정현모 의원은 아직 국방군이 조직되지 않은 마당에서 치안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찰이 치안부로 독립해야 된다고 제안 설명을 시작했다.
정 의원은『독립국가에서 경찰이 독립되는 예가 없다고 하지만 우리나라가 불란서 안에서 건설되는 것도 아니고 중국 안에서 세워지는 것도 아니다.
오직 우리 조선이라고 하는 이 삼천리 안에서 지금 같은 현실 하에 나라를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치안부는 독립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의원의 설명은 계속됐다.『보십시오. 국회가 열리는데 경찰관이 포위하다시피 늘어서서 경비를 해야하는 예는 어느 외국에도 없습니다. 또 국회의원 신분보호로 경찰관이 1∼2명, 심지어는 7∼8명씩 보호해야 하는 것이 우리가 직접 겪는 현실이 아닙니까』하고 삼엄한 국회의 경비상태까지 지적했다.
국회의원들이 직접 위험을 느끼고 있는 실정에서 치안을 경솔히 했다가는 국가를 건설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나라에 불상사가 없다고 보장할 수 없지 않으냐는 것이 정 의원의 발언취지였다.
반대발언에는 먼저 신현돈 의원이 나섰다.
신 의원은『나는 경찰에 감정이 있거나 그 공로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경찰로 하여금 경찰대신을 만들어 국무위원의 발언을 반드시 시켜야만 한다는 하등의 이유도 없다.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전시상태에서도 경무국이라는 일개 국으로 모든 치안을 극복했고 중국에서도 혼란시기에 치안대신을 두지 않았다』고 일본과 중국의 예까지 들추었다.
신 의원은 경찰이 치안을 책임지고 고생하는데 독립을 시켜주면 기분상 좋을 것이지만 이 때문에 병폐를 조장할 우려도 있다고 반대의견을 내세웠다.
그는『권력이라 하는 것은 물리학적 성질로 보아 항상 팽창력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권력을 주면 둘을 사용하는 것이 인간의 박약한 생리』라고 권력 본질론에 관한 강의까지 했다.
반대의견을 내세우는 의원들은 한결같이 경찰이 독립되면 권력의 비대화로 부작용을 빚게 마련이라는 의견들이었다.
어떤 의원은 독립된 경찰의 최고지휘권자가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부식시키려 한다면 대통령도 그 힘을 극복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신현돈 의원은 중앙에 경무부를 두고 지방의 도지사아래 경찰을 두면 경찰관이 내무부의 다른 부서로 이동도 되어 경찰자신에게도 길을 트는 것이기 때문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이호석 의원이 다시 찬성론을 폈다.
이 의원은『5·10선거에서 어떻게 2백명의 의원이 무사히 선거를 끝내고 이 의사당에 나왔느냐』고 의석을 돌아보며 반문했다.
이 의원은 이어『그것은 치안유지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명이 경찰 때문에 살았다…』고 발언을 계속했다.
그러자 의적에서『집어 치워라』하는 고함소리가 튀어나오고 의장이 소란해졌다.
장내가 시끄러워지자 김경배 의원이 수정안을 표결에 붙이자고 동의했다.
이유선 의원이 재청하고 김철 의원의 3청으로 수정안은 표결에 들어갔다.
개표결과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출석 1백86명 중80표. 부표를 던진 의원은 1백4표·기권1표·무효1표로 드러나 치안부 독립 안은 부결되고 말았다.
이승만 의장은『아무리 투표를 자기가 안 했다 하더라도 다수결로 작정된 것은 다 그대로 따라 가는 것이니까 나중에 다른 소리 말기를 바라며 휴회합니다』고 선언했다.
48년7월15일 상오11시50분 경찰의 내무부예속을 규정한 정부조직법안은 이렇게 국회를 통과했다.
이어 약1백일 뒤인 그해11월4일에는 치안국의 구성을 규정한 내무부 직제가 대통령령 제18호로 공포됐다.
치안국은 경무·보안·경제·사찰·수사지도·감식·통신·여자경찰·소방 등9개과로 구성됐다.
일제 총독부 경찰의 경비과·도서과·위생과가 없어지고 미군경매 폐지되었던 경제경찰이 부활됐다. 또 군경경찰의 통신국이 보존되고 여경과와 감식과가 승격하는 한편 교육국이 폐지되고 교육관리는 경무과에 흡수됐다.
이러한 치안국의 조직은 그 뒤에도 큰 변동이 없이 계속돼 오지만 지엽적인 변화는 꾸준히 있어왔다.<계속>【김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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