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론 5시간…개헌투쟁 방법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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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개헌추진에 관한 당의 진로를 조정한 13일의 신민당정무회의는 장장 5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강경 노선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회의의 발언내용을 보면 「데모」등 즉각 원외투쟁에 들어가자는 강경론 보다는 『예산심의에 응하자』 『속전 속결을 피하자』 『헌법심의 특위라도 받아들이자』는 등 온건론·현실론이 훨씬 많이 제기되었다.
참석자 21명 중 침묵을 지킨 사람은 김은하 의원 한사람 뿐으로 전원이 한번 이상 발언에 나섰다.
간추려 보면-.
▲고흥문·이충환=개헌특위 안에 대한 정 의장의 절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특위 안의 주문에 개헌심의라는 뜻이 들어가면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은가.
▲김재광=당수의 의견을 먼저 듣고 그것이 옳으면 정무회의가 인준해주고 옳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대책을 논의하자.
▲이중재=정 의장 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원외투쟁에 나서 국회에 들어가지 않을 경우 나중에 다시 국회에 들어갈 명분을 찾기도 어렵고 곤란한 처지에 빠지기 쉽다. 투쟁의「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원외투쟁의 시기를 내년 5월로 잡자.
▲박영록=당수가 먼저 복안을 밝히라. 그래야만 여기서 찬성이든 반대든 결론을 내릴 것 아니냐. 그렇지 않으면 당이 단결되지 않고 와해될 때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이며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
▲정해영=박 의원은 머리가 둔하다. 총재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 총재는 강경일변도인데 물어볼 필요가 있느냐. 그렇지만 협상을 계속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원내총무는 협상할 때 주체성을 갖고 하라. 총재의 「메신저」노릇만 하는 것이 총무의 일이 아니다.
내가 과거 총무 할 때는 총재 말이라도 경우에 따라 안 듣기도 했다.
▲김원만=속전속결의 투쟁방법은 결국 개헌을 포기하는 것이다. 우리 당원 가운데「데모」할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본다. 국회에 들어가자 헌법을 심의하는 경우의 특위라도 받아들이자. 나는 옳으면 따르고 옳지 않으면 따르지 않는다.
▲김현기=개헌문제에 대해 당수의 결정을 안 따를 수는 없으나 당수는 더욱 깊이 생각하고 대화의 길은 항상 열어놓기 바란다.
▲송원영=국회에 들어가 예산심의 과정에서 투쟁하자. 당책이 결정되면 나는 누구보다 앞장서 따르겠다. 당직자들이 먼저 얘기 해달라. 평소 최다발언자인 김수한 의원은 어찌 말이 없는가(이때 이중재 의원이 다 같은 정무위원 입장에서 왜 당직자를 들먹이느냐고 발언).
▲유치송=당수가 결정을 밝히기 전에 정무위원들은 그 결정을 따르겠다는 결의를 먼저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협상의 문을 열어두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다.
▲이기택=야당사람 가운데 개헌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개헌방법은「데모」도 있고 원내 투쟁을 병행할 수도 있다. 원외 투쟁한다고 국회에 못 들어간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야당으로 투쟁함으로써 역사에 기록을 남길 수 있다.
나는 이번 여야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것을 오히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왜냐하면 타결된다면 더 어려운 사태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채문식=개헌하자는 것은 당위다.
그러나 단계적으로 하자. 구체적 안에 대해서는 아까 고흥문씨의 말과 같은 생각이다.
▲김옥선=원내총무가 지금까지 여야 협상에서 잘했다고 생각한다. 당수의 지시대로 했으나 잘한 것 아니냐. 정 의장의 안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현시점에선 예산심의에도 참여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싸우자. 구속학생의 어머니가 나에게 찾아와 정부가 강경해지면 내 아들이 극형을 받지나 않을까, 또 날이 추우면 아들이 떨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밤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학생과 종교인만 다치고 정치인은 앉아서 주장만 하고 협상만 하고 있어서야 되겠느냐.
▲정운갑=개헌은 꼭 돼야한다. 헌법심의 특위 정도라면 받아도 좋지 않을까
▲이철승= 정 의장 안은 몇 자 정도 고치는 것은 몰라도 더 이상 고칠 여지는 없는 것으로 안다. 강경 투쟁의 방법으로만 나가면 결국엔 비극이 온다. 선명이란 투쟁과 협상을 통해 줄기차게 싸우는 것이다.
당수혼자 결단을 내린다면 당의 분열을 가져오고 따를 사람도 없을 것이다.
▲박한상=투쟁방법으로서는 민주회복을 위해 한차례 「데모」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고 각 지역별로 일제히 집회신고를 하는 것도 좋다.
▲이민우=『원내로 들어가자. 정치인은 종교인이나 학생과는 다르다. 정치인은 자기 소신대로 해야 한다. 「포드」미대통령의 방한은 국가 안보문제와 중요한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 이럴 때 국가체면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는가. 국회에서 개헌안이 통과되더라도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부결되면 그뿐 아닌가.
▲김수한=어제 정무회의에서 협상시한을 오늘 상오까지로 정했으니 더 이상 논란을 벌일 필요도 없다.
▲김영삼 총재=(결론적으로) 예산심의에 참여하지 말고 정 의장 안은 거부하기로 하자. 다만 대화의 문은 계속 열어두자. 내일 기자회견을 갖고 모레 의원 총회를 한 후 「데모」에 나서자.
▲이철승=총재의 이런 계획을 이미 김용태 공화당 총무에게 들었는데 어찌된 일이냐.
▲김영삼=협상과정에서 총무가 얘기했는지도 모르겠다.
▲김형일 총무=협상에서 상대방에게 위협하는 얘기도 할 수도 있지 않느냐(이철승 국회 부의장은 이때 『따를 수 없다』며 퇴장하려다 만류로 다시 착석).
▲김수한=「데모」는 「포드」대통령이 다녀간 후 하는 것이 대 국민 「이미지」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다. 그전에 하면 사대양의라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이철승·이민우·이중재 의원 등이 동조).
▲김원만=당수 기자회견 내용도 여기서 얘기해 보자.
▲김수한=지금껏 그런 예가 없었다.
▲이철승=당수는 외국기자들을 너무 자주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당수는 흔히 외국기자 얘기를 많이 인용하는데 총재의 체통을 생각해서도 문제가 있고 나쁘게 보는 사람은 사대주의라고 할지도 모르잖은가. <송진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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