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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증거조작 의혹, 진상 규명이 우선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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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핵심 증거물로 재판부에 제출한 중국 공문서들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형사 사법의 기본인 증거재판주의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 차원에서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 확인에 나서야 할 때다.

 이번 의혹이 불거진 것은 주한 중국대사관 영사부가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구속 기소된 유우성(34)씨 사건 항소심 재판부에 사실조회 회신을 보내면서다. 회신은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제출한 유씨의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경 기록 조회결과’ 등 문서 3건이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조 공문은 중국 기관의 공문과 도장을 위조한 형사범죄 혐의를 받게 된다”며 “중국은 법에 따라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작 의혹이 제기된 문서들은 유씨가 2006년 5월 27일 이후에도 북한을 드나들었다는 검찰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이런 중요 증거가 중국대사관의 회신대로 위조된 것이라면 간첩 혐의를 씌우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검찰과 국정원, 외교부 등 관련 기관들이 속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사실확인 과정을 거친 것으로 위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의혹을 부인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어물쩍 넘어갈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 측이 형사책임을 묻겠다며 위조 문서의 상세한 출처 제공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법체계 역시 간첩 사건에서의 증거 위조를 중대 범죄로 보고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로 처벌토록 하고 있다. 검찰과 국정원은 국가기관의 신뢰를 송두리째 허물 수 있는 사안임을 잊어선 안 된다.

 검찰은 해당 문서들이 어떤 경로로 입수된 것인지, 실제로 조작된 것인지, 국정원 요원 등이 위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조사해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그 과정에 위법이 발견될 경우 관련자 문책과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검찰이 국민이 수긍할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 외부에 의한 의혹 규명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