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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경기장이 의성에 있는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15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큐브 컬링 센터에서 열린 영국과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 엄민지(23·이하 경기도청)와 김은지(24)가 스위핑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우리 대표팀은 영국에 8-10으로 역전패했다. 왼쪽부터 엄민지, 이슬비(26), 김은지. [소치=뉴스1]

국내에 단 하나뿐인 국제규격의 컬링경기장은 어디에 있을까. 정답은 경상북도 의성이다.

컬링은 경기용 브러시를 들고다니면서 "유리창 청소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생소한 스포츠다. 이런 컬링이 동계 스포츠와는 관계가 멀어보이는 농촌 지역인 의성에 자리잡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컬링연맹이 창설된 건 1994년이다. 10개 출전국 중 9전9패로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2002년 여자 대표팀이 미국 비스마르크 선수권에 참가하기도 했다. 당연히 변변한 경기시설은 없었다. 연습할 곳도 없어 훈련 선수들이 없는 새벽에 일반 아이스링크에 잠입해 손전등을 켜고 소리죽여 연습했던 시절이었다. 당시 컬링을 우리나라에 안착시킨 사람들 중 경북 출신이 많았다. 김경두(경북과학대학 사회체육학과 교수) 경상북도컬링협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컬링 경기 방송의 해설을 맡고 있는 김민정 해설위원도 현재 경북체육회 코치다. 이들이 의성에서 컬링에 대한 저변을 확대시키면서 2006년 경북 의성에 컬링센터가 완공됐다. 이 때부터 의성은 한국 컬링의 메카가 됐다.

이 지역(군위ㆍ의성ㆍ청송)출신으로 대한컬링경기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새누리당 김재원(재선)의원은 요즘 신이 났다.컬링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일본에 이어 올림픽 개최국 러시아까지 꺾으면서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어서다.컬링의 불모지에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딛고 이룬 쾌거였다. 특히 의성의 컬링센터가 지어질 당시 김 의원은 이 지역에서 17대 국회(2004년~2008년)에 입성한 초선 의원이었다. 컬링센터는 지자체가 소유하고 경북컬링협회가 운영하지만 김 의원도 시설 건설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데 역할을 한 주역이다. 현재도 컬링센터 바로 옆에 있는 아파트에 살고 있을 정도로 컬링에 대한 애정도 깊다.

김 의원은 지난 14일 러시아로 떠나면서 페이스북에 “지금 컬링대표팀 응원을 위해 러시아 소치로 가고 있습니다. 장하고 어여쁜 컬링 선수들 응원해 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첫 올림픽 출전에 4강 진입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영화로도 제작됐던 과거 스키점프와 여자 핸드볼팀에 쏟아진 관심이 재연되는 분위기였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에 컬링 경기장이 경북 의성에 하나 있다. 의성은 한국 컬링의 메카다. 자연스럽게 컬링경기장 옆에 있는 제 고향 의성의 후배들이 컬링선수가 됐다”고 적었다.또 “이번에 유명해진 이슬비 선수는 군위군의 과수원집 딸이며 의성여고 출신”이란 소개글도 달았다. 소치에 도착해서는 다른 SNS를 통해 컬링과의 인연을 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렸다.

의성을 제외하면 컬링시설은 태릉선수촌에도 있다. 그러나 의성컬링센터의 시설에 못미친다. 심지어 2012년까지는 세로로 배열돼야 할 냉각 파이프가 가로로 배열돼 제대로 연습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2010년 국제대회도 의성에서 열렸다. 김 의원은 2004년 이곳에서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19대에서 재선한 뒤 지난해 1월 연맹의 회장에 올랐다.김 의원측은 17일 “김 의원은 컬링의 저변이 넓은 경북 지역의 요청으로 정식 경선을 통해 회장에 당선됐다”며 “이번 대회를 계기로 비인기 종목이었던 컬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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