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어지럽다고 꼭 빈혈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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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그저 어지럽거나 가슴이 뛰고 기운이 없으면 흔히 빈혈이라고 생각한다.『선생님, 어지럽고 기운이 없으니 빈혈인 것 같습니다. 피 주사를 좀 놓아 주셔요.』아무리 면밀하게 진찰해보고 혈액검사를 해봐도 빈혈 상을 발견하지 못하는 예가 대부분이다.
빈혈의 정확한 뜻은 혈액 안의 적혈구 또는 혈색소치가 정상이하로 감소한 상태를 말한다. 그 증세는 먼저 원인질병에 의한 각종증세가 있을 것이고 빈혈에 의해서는 적혈구의 감소에 따른 산소 결핍증상, 즉 두통·현깃증·심계항진·호흡곤란·피로감·이명 및 피부가 창백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세가 과연 빈혈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를 잘 감별해야 한다.
즉 두통만 하더라도 감기·장「티푸스」·뇌염·뇌막염 등등 각종 감염성 질환에서도 나타나고 고혈압·중추신경계의 각종질병·불안·긴장 등등의 갖가지 정서적 내지 정신 신경학적인 장애에서도 발생하며 중이염·축농증·안질 등 그 원인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현깃증의 원인도 고혈압·각종중추신경계의 질환 및 불안신경증 같은 갖가지 신경증. 또 정상인이라도 과격한 운동 후 심호흡을 여러 차례 하면 현깃증이 생기고 특히 체격이 약하거나 운동 부족인 사람은 앉았다 일어날 때 흔히 현깃증을 느낀다.
따라서 단순히 어지럽고 가슴이 뛴다해서 빈혈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또 다른 신경증(질병 공포증)만 유발할 따름이다.
물론 빈혈은 비교적 많은 질환이므로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발육이 왕성한 유아·소아·사춘기 및 여자에서는 철 결핍성 빈혈이 전체의 약3분의1에서 발견되므로 이런 사람들은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단골 의사에게 자주 상의하여 필요하다면 피검사를 받아보는 길이 가장 정확하다고 하겠다. 수혈은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부작용이 있으므로 심한 빈혈 환자 외에는 아예 수혈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이문호<서울대 의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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