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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증거조작 의혹까지 받는 검찰 공안 수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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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호 02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중국 정부기관에서 입수한 것이라며 낸 증거 자료들이 가짜로 밝혀졌다. 이는 즉각 검찰의 조작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의도적으로 위조 서류를 만든 것이 아니라면 이를 전달한 국가정보원에 농락당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실 수사나 억지 수사의 선을 넘은, 국가 중추 수사기관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형 사건이다. 최근 부림 사건(영화 ‘변호인’의 배경으로 설정된 사건)과 유서 대필 사건으로 복역했던 강기훈씨의 재심에서 잇따라 무죄가 선고돼 공안 수사에 대한 공신력이 땅에 떨어진 상태다. 검찰은 상습적으로 ‘용공 조작’을 해왔다는 의심의 수렁에서 헤어나오기 어렵게 됐다.

 주한 중국대사관은 14일 서울시청 주무관 유우성(34)씨의 항소심에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출입국 기록 서류들이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허룽시 공안국으로부터 얻은 것으로 돼 있는 ‘출입경 기록(우리나라의 출입국 기록에 해당) 조회 결과’ 등의 문서는 도장까지 위조된 허위 서류라는 것이다.

 탈북자인 유씨는 지난해 1월 간첩 혐의로 구속됐다. 북한을 들락거리다 보위부에 포섭돼 200여 명의 탈북자 개인정보를 북한에 넘겼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1심 재판에서 그는 무죄를 선고받아 8개월 만에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당시 검찰은 북한에서 촬영된 것이라며 제출한 사진들이 중국 옌지에서 찍은 것으로 밝혀져 망신을 당했다. 검찰은 항소하며 유씨의 북한 출입 상황을 기록한 중국 문서를 추가 증거로 제시했다. 위조로 판명된 바로 그 서류들이다.

 검찰은 국정원을 통해 받은 자료라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유씨 변호인은 검찰이 증거가 가짜임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정황들이 있다고 주장하며 특검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 설사 검찰이 가짜인지 몰랐다는 주장이 사실이다 하더라도 증거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중국 정부는 위조 문서 제작 경위에 대한 수사를 벌이겠다고 밝히며 우리 정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한국 검찰과 국정원이 중국 사법당국의 수사 대상에 오른 셈이다. 이에 따른 외교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신속히 진상을 파악해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수사가 불가피한 사안이다. 국정원이 조작한 것인지, 검사가 공모한 것인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국정원 요원에게 폭행당했다는 유씨 여동생 주장의 진위도 가려내야 한다. 간첩사건의 증거 조작은 국가보안법상의 무고·날조죄에 해당한다.

 공안사건에 대한 불신은 국가 안보를 흔드는 일이다. 늑대 출현에 대한 경고를 아무도 믿지 않는 세상이 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무고한 양들의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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