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 수익과 올해 작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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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수확의 계절을 맞아 탐스러운 햇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밤나무는 가장 소출이 좋은 유실수로 가을철 농가에 소득을 크게 올려 준다. 올해 밤 작황은 썩 좋은 편이 못된다. 아직 금년도 생산량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겨울 이상기온과 비료공급이 끊겨 지난해보다 약 20% 감수가 예상된다는 게 밤나무 재배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산림청은 당초 올해 밤 생산계획량을 4천 6백t으로 잡았다.
전남 광양에 23정보의 밤나무 밭을 가진 조한섭씨(47·광양군 광양읍 읍내리 306)는 4∼6년 생 밤나무 7천 그루에서 금년에 1백 가마의 밤을 수확, 2백 40만원의 조수익을 올렸다. 조씨는 올해 풀베기·약제 살포·밤 따기 등에 연 1천 명의 인부를 써 노임 지출이 55만 1천 8백 90원, 비료 값(50부대) 3만 5천원, 기타농약대금·관리비·교통비 등을 합해 모두 1백여 만원을 지출, 순수익은 1백 40만 원선. 당국이 밝힌 ㎞당 조수익 43만 4천 원에는 미치지 못했다. 조씨는 지난해 4백부대의 비료를 시비했으나 올해는 겨우 50부대를 암시세로 사 썼다고 했다. 조씨는 올해 비료를 충분히 뿌리지 않았지만 평년작을 거둔 것은 지난해 8월에 뿌린 추비가 효과를 본 것이라고 했다. 올해는 추비도 전혀 주지 못했기 때문에 내년도에는 틀림없이 해거리를 해 수확이 많이 줄어들 것 같다고 걱정했다.
20정보의 밤 밭을 가꾼 전준기씨(56·경기도 안성군 서운면 중리)는 금년에 4년 생 이상 밤나무 6천 그루에서 밤 90 가마를 수확했다. 전씨는 지난해 1백 60 가마를 수확, 모든 경비를 빼고도 2백여 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금년에 전씨 밤 밭에서 수확이 준 것은 제대로 비료를 주지 않았고 지난겨울 워낙 기온 차가 심해 꽃눈이 동해를 많이 입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씨가 금년에 들인 비용은 모두 1백 75만원. 그 내용을 보면 ▲비료대 27만 3천 4백 42원 ▲농약대 7만 7천 8백 80원 ▲농구비 7만 4천 5백 10원 ▲상주인부(1인) 급료 25만 6천원 ▲묘목비 7만원 ▲잡비 4만 7천 1백원 ▲공과금 6천 2백 68원 ▲재배비(농약살포·풀베기·시비인부노임) 88만 4천 3백 65원 ▲철망가설비 5만 9천 8백 90원 등이다.
전씨는 금년에 밤 90 가마를 가마당 2만 5천∼3만원에 팔아 2백 30만원의 조수익을 얻었다.
전씨는 밤나무도 과수처럼 충분한 비료를 주고 방제를 해야한다고 강조하고 내년부터라도 밤나무 조림지에 대해 비료공급을 해주도록 요망했다.
모 대학 재단은 지난 69년 경기도 양주군 덕소에 심은 밤나무 1만 그루에서 금년에 단 7가마의 밤을 따 화제가 되고 있다. 한 밤나무재배 전문가는 밤을 심어놓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산림청조사에 의하면 밤나무 1ha(4백 그루)에서 연평군 1천 4백 62kg(20가마 정도)의 알밤을 따는 것으로 돼있다. 올 시세로 따지면 순익이 35만 6백원 꼴. 이는 충분한 시비와 방제 등 관리를 전제로 했을 때 이야기다. 4∼6년 생 밤나무에는 1년에 1.3kg의 금비를 주어야한다.(별표참조)
밤은 생산 후 저장에 신경을 써야한다. 날씨가 추워도, 더워도, 습도가 낮아도 썩는다.
또 습기가 많으면 싹이 돋아나 버린다. 밤 저장소의 온도는 섭씨 0∼6도가 알맞다. 임업시험장 실험에 의하면 사과상자에 밤과 왕겨를 1대1 비율로 넣어 섭씨 0∼6도 아래서 습도를 25% 유지한 결과 이듬해 6월 중순까지 82%가 수확당시의 때깔을 그대로 간직했다고 한다.
일본은 작년에 68억「엥」억치의 밤을 수입했는데 97%를 중공에서 들여갔다. 우리나라는 kg당 2백 80원 선에 겨우 2만 7천 7백kg을 수출했다. 아직 국내소비가격(kg당 2백 97원)이 수출가격보다 높아 업자들이 수출을 꺼린다. 국내 밤 값의 인하도 밤나무 조림장려와 병행해서 당국이 해야할 일 중의 하나다. <김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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