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한국기원이 붕괴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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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국 바둑계의 총 본산인 재단법인 한국 기원(총재 이후락·이사장 최영근)이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 한국기원소속「프로」기사들은 현 운영 진에 항의, 1일부터 모든 공식대국을 거부키로 했으며 한국기원으로부터 탈퇴할 움직임을 보이고있다. 실제로 1일 조남철 8단 김인·윤기현 7단, 하찬석 5단 등 32명의 중견기사들은 이미 탈퇴 서에 서명했고 계속 탈퇴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 탈퇴 기사들은 한국기사 회란 이름으로 완전히 독립할 계획도 검토하고있다.
기사들이 이렇듯 강경한 행동을 취하게 된 것은 지난달 초 기사총회에서 결의한 요구조건을 이사 진이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요구사항은 ①기사연구수당을 5년 전 수준(현재는 그 절반임)으로 환원할 것 ②기사의 퇴직금제도를 확립할 것 ⑧기사가 운영에 참가할 수 있는 실무이사제도의 채택 등이다.
10월말까지 이에 대해 회답을 요청한데 대해 이사진의 태도는 퇴직금제도와 기사 수당은『현실이 허락하는 한 내년예산에 반영해보도록 점차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모호한 대답을 했고 기사의 운영참여요구에 대해서는『이사회에서 논의해보겠다』는 미적지근한 것이었다.
이사회의 무성의한 회답에 격분한 기사들은 1일 열릴 예정이던 추계 갑조승단 대회를 일체「보이콧」하기로 했고 탈퇴서명을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한국기원 소속기사들은 조남철 8단 등 66명, 이중 지난번 총회 결정사항에는 51명이 서명했다.
또 이들은 요구가 관철되지 않은 때는 최후수단 (대국거부·한국기원탈퇴)도 불사하며 여기서 이탈할 경우는 스스로 바둑계를 물러날 것을 맹세할 만큼 강경한 태도와 결속을 보였었다.
한국의「프로」기사들은1년에 봄·가을 두 번 각2명씩 탄생된다. 80대1의 경쟁을 뚫고 초단이 되면 한국기원에서 받는 연구수당은 월 2천5백원 뿐.
5단이 1만2천5백원, 8단이 되어도 3만1천2백50원이다. 이것은 5년 전보다 반액으로 줄어 현재까지 지급되고 있는 액수다.
이에 대해 기원 측은 재단에 기금이 없어 처우개선이 어렵다고 말하고있다. 그러나 기사들은 신문기전의 주관 료 수입(대국 료의 30%), 기원회관의 임대료 수입, 일반회원실의 수입, 그리고 기타 기부금 수입 등을 합치면 잘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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