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바세도」씨 병들면 더위에 약해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33세인 K여인은 회사의 중견 간부인 남편과 2남1녀를 보살피는 행복한 가정주부. 그런데 최근 K여인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식욕은 대단한데 어찌된 셈인지 몸이 마르고 쇠약해지는가 하면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로해지지 않겠는가.
공연히 불안하고 신경이 날카로와져 남편과 애들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늘기만 했다.
또 이상한 것은 목욕탕 안에 잠시도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 전에는 그렇질 않았는데 더운 목욕탕 안에 들어가면 가슴이 터질 듯이 뛰고 땀이 비오듯 내리며 숨쉬기조차 힘들었다.
이와 같은 K여인의 증상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근처 약국을 찾아간 K여인에게 약사는 몸이 허약해진 탓이라고 설명하면서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할 것을 권했다.
K여인은 종합「비타민」제 뿐만 아니라 한방의의 처방에 따라 보약도 달여먹어 보았다. 그러나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오히려 악화될 뿐이었다.
늦게서야 병원을 찾은 K여인은「바세도」씨 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갑상선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다.
「바세도」씨 병은 목 앞쪽에 붙어있는 갑상선에서 비정상적으로 지나치게「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에 생기는 정신질환이다.
병은 갑상선의 기능장애지만 나타나는 증상은 심장을 비롯해서 눈·신경계·근육 등 전신에 걸쳐서 나타나기 때문에 때로는 의사들까지도 오진하는 예가 드물지 않다.「바세도」씨 병의 원인은 아직도 확실치 않으나 주로 20∼30대 여성들의 질병으로 알려져 있고 특징적인 증상은 K여인에서 보는 바와 같다.
따라서 밥맛이 좋은데 오히려 쇠약해지고 더위를 잘 견디지 못할 때는 일단 정확한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이문호(서울대의대교수)>

<새 필진>이번 주부터 필진이 바뀝니다.
▲이문호(서울대의대교수·내과) ▲백승호(연세대 치대교수·치주과) ▲정환영(한양대의대교수·신경외과) ▲김영치(중앙일보 과학부 차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