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법 개정추진 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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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산영화를 보호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73년2월 개정된 새 영화법이 2년 가깝도록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산영화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있어 영화계 일부에서 당국에 개정을 건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①영화업자의 등록제를 허가제로 한다 ②외화 수입권을 국산영화 제작자에게 부여한다 ③외설의 상영을 제한한다 ④영화배급협회를 설립, 영화배급을 일원화한다 ⑤영화진흥조합을 공사로 승격, 객관적인 위치에서 영화계를 지원하도록 한다…는 것 등을 수요골자로 하는 개정영화법은 저질 국산영화의 양산을 최소한으로 억제했다는 점에서, 지방흥행사의 횡포를 견제했다는 점에서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회의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개정영화법이 국산영화의 보호육성을 전제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국산영화가 저질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까닭은 개정영화법이 지나치게 업자중심으로 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우선 영화업자에게만 영화제작을 하도록 하여 국산영화 3편에 1편의 외화「코터」를 주도록 한 것은 상대적으로 국산영화를 날림으로 만들도록 한 것이다.
최근의 국산영화가 날림이라는 증거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보통 2개월 이상씩 소요되던 제작기간은 1개월 이내로 단축되고 있으며 값싼 출연료, 손쉬운 「스케줄」…등 안이한 제작태도에서 비롯된 것임은 한국영화를 위해 중대한 문젯점으로 지적되는 것이다.
또한 소위 우수영화를 선정, 외화「코터」를 배정하는 제도도 그 선정기준이 모호하여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금년 1월부터 9월까지 서울시내 10개 개봉영화관의 관객통계를 보면 국산영화가 얼마큼 철저히 「팬」들로부터 버림받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즉 5만 이상의 관객을 흡수한 외국영화가 30편에 육박하는데 비해 국산영화는 고작 7, 8편에 불과하다.
국산영화자체로 보면 개봉극장에서 최소한 4만∼5만의 관객은 들어야 이른바 수지가 맞는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산영화가 2만∼3만선에서 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영화업자들은 상당한 치부를 했다는 것이 영화계의 공공연한 이야기다. 국산영화에 관객이 전혀 들지 않아도 외화수입권이 자동으로 주어지기 때문이다. 요컨대 국산영화는 다만 외화 수입을 위해 존재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영화를 질식하게 하는 이 같은 부조리를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최근 일부 양식 있는 영화인들의 영화법 개정 추진 움직임은 영화인협회산하 권익옹호 위원회(장동휘)의 공식적인 활동과 함께 크게 주목을 끈다. 영화인과 제작자간의 복합적인 이해관계로 인해 이들의 활동이 제작자들로부터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는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차제에 당국은 진정으로 한국영화를 발전하게 할 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는가를 진지하게 연구·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규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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