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양자대화 … 그런 일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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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3일 한국을 방문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남북 고위 접촉을 통해)북한이 비핵화의 확실한 의지와 실질적 행동을 보여준다면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군사훈련을 연계해 중단 내지 연기를 주장했으나 우리 측은 인도주의 문제를 군사훈련과 연계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대응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통일은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와 성장동력을 창출함으로써 남북한뿐 아니라 주변국에도 큰 혜택이 될 것”이라며 “통일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역내 평화와 번영 증진에 적극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케리 장관은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 구상은 매우 좋은 비전”이라며 “박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를 넘어 미래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신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인 사업으로서 잘 진행되기를 기대한다”며 “한·미 연합훈련은 어느 경우도 예정대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또 윤병세 외교장관과 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북한과 양자대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핵 문제는 남·북이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미 대화를 암시한 것과 관련, 케리 장관은 “6자회담이나 개별적 대화에 대해 미국 입장은 박 대통령의 입장과 완전히 동일하다. 검증 가능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먼저) 확실한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비공식 채널(back channel)을 이용해 (북한과) 면대면(face to face) 대화나 양자대화를 돕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케리 장관과의 접견에서 “ 오바마 대통령께서 4월 하순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좋은 소식을 갖고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은 “ 오바마 대통령도 이번 4월 방한을 매우 고대하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인 모두가 한국과의 동맹이 매우 중요하고(essential) 중심적이라고 믿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60년간의 역사를 함께했고 또 앞으로 60년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한반도에)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고 긴장도 고조되고, (일본과의) 역사문제라든지, 이런 부분에 있어서 저희가 앞으로도 계속적으로 관계를 굳건하게 가져가야 할 중요한 시점이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오후 5시30분부터 시작된 박 대통령과 케리 장관의 접견은 당초 예정시간(45분)을 55분 넘긴 오후 7시10분에 끝났다.

신용호·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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