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은 확대돼야 한다" 노동청, 여성근로자·여론조사 결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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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규모의 공업단지가 곳곳에 등장하고 수천, 수만 명에 이르는 청소여성 근로자들이 집단으로 취업하게 되면서 여성 근로자 문제는 좀더 다양해지고 있다.
작업환경·저임금·임금과 승진에서의 남녀차별 등의 문제에 이어 성 문제가 확대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성범죄와 미혼모 발생의 증가를 눈앞에 보면서도 그 대책을 세우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노동청 부녀소년 담당관 실은 지난 5월 각 공업단지에서 일하는 여성 근로자 1천65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이 결과에서도 성교육의 중요성이 지적되었다.
조사 대상은 13∼23세가 89%로 절대적인 숫자가 어리거나 젊은 여성들이었으며 이들 중 자기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있는 사람은 28.5%에 불과했다. 직장에 대해 만족을 하는 사람은 23.4% 정도고 나머지는 그저 그렇거나 불만스럽게 여기고 있다.
사춘기에 집을 떠나 있으면서 직장에도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의 관심이 이성에게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조사 대상의 29%는 현재 남자와 사귀고 있으며 16.6%는 과거에 교제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하고있다. 2명 중 1명은 남자를 사귀고 있거나 사귄 경험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결혼 전의 성행위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항목에서는 「나쁘다」가 48%,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으나 나쁠 것은 없다」가 37.4%, 「삼갈 필요가 없다」가 4.5%다. 역시 2명 중 1명은 결혼 전의 성행위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 성행위에 반드시 따라야 할 피임 지식은 어느 정도로 알고 있을까. 「잘 알고 있다」는 사람은 10.3%밖에 안되며 나머지는 잘 모르거나 전혀 모르고 있다. 사춘기 소녀 사이에서 늘어나고 있는 임신·낙태·출산 등의 사태가 성 지식의 무지에서 빚어진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미혼 여성들에게 성교육을 어떤 정도로 실시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는 성의 문란을 조장한다는 반대 의견도 있어 항상 어려움이 따른다.
당사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절대다수가 그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에 가족계획·여성생리·이성문제·성 문제 등에 대한 「직장 교육」을 먼저 실시하고 그 반응을 물었을 때 89%가 "자주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나타나있다.
이 조사 결과는 오늘날 공업단지에 집단적으로 모여 살고있는 근로 여성들 사이에 성 문제는 이미 금기사항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리고 그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성교육의 필요성은 매우 절실하다.
한국 기독교 양자회가 73년에 상담했던 3백48명의 미혼모 중에서 여공은 61명으로 18%를 차지했다. 공업단지의 여건을 살펴본다면 여공 중에서의 미혼모 발생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 문제는 임금 등의 다른 문제와 달리 일생의 행복과 불행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므로 기업과 당국의 적극적인 방안이 빨리 나와야할 것이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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