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전쟁 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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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동전을 계기로 일어난 이른바 「오일·쇼크」는 이제 세계경제의 장래를 좌우할 만큼 엄청난 잠재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주요 선진공업국들은 현재의 유류 가격을 그대로 감수할 수만 없다는 생각을 굳히고 있다. 「포드」미국 대통령과 「키신저」국무장관은 제9회 세계 「에너지」회의와·UN총회에서 각각 산유국의 횡포를 강경하게 비판하고 『정치적 결정으로 인상된 가격은 정치적 결정에 의해 인하시켜야한다』고 요구했었다.
이러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대해「아랍」산유국들은『선전포고나 다름없는 것』, 『무력으로 「아랍」석유를 강점하려는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원유값 인하는 있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물론 산유국과 선진공업국이라는 양대 세력이 원유문제를 과연 앞으로 어떻게 처리해 나갈 것이냐를 지금단계에서 점치기는 힘들다.
그러나 미·영·일·서독·「프랑스」등 5개국 외상 및 재상이 28일 「캠프·데이비드」에서 석유대책위 설치안을 놓고 협의할 예정인 반면, 「아랍」측도 선진국의 강요에 대응키 위한 전략회의를 소집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산유국과 공업국들의 이번 대결은 매우 중대한 국면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선진 공업국들은 지금의 석유 가격을 인하시키지 못한다면 「인플레」와 불황의 가속화에 따른 범세계적인 대공황이 불가피하다는 초조감에 사로잡혀 있다.
또 공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석유가격을 그대로 놓아둔다면 국제자본시장은 수년 안에 「아랍」산유국들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될 것이며, 그 동안 세계 경제를 지배해 옴으로써 누려온 직접·간접의 이득을 선진공업국들이 상실해야 한다는 본질문제 때문에 선진 공업국들은 더 참을 수 없는 단계이다.
그러나 기득권의 유지와 대공황의 회피라는 명분을 가지고 산유국으로 하여금 가격을 인하시킬 수 있는 여지는 그다지 크지 않다. 때문에 석유소비억제, 「아랍」의 외교적 고립화, 그리고 식량공급중단 등 강경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듯하나 이중「아랍」국에 실질적으로 위협이 될 요인은 식량공급중단 뿐이라 할 것이다. 「아랍」에 대한 식량공급중단 위협이 실질적으로 유류 가격을 인하시킬 수 있으려면 동구권에서 산유국에 식량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하나 그것이 지금의 동서관계로 보거나 석유의 전략상 비중으로 보거나 보장되기는 힘들 것이다.
또 공업국들이 석유소비를 줄이고 대체 「에너지」를 개발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실현되기에는 현대자본주의 경제가 내포한 체질로 보아 상당한 시일을 필요로 하는 것임을 외면할 수 없다.
소득증대와 소비증대 욕구를 자제할 제도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소비증대 없는 소득소비의 증가를 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대공황의 위협을 감수하거나, 물리적인 힘에 의한 석유의 재 지배라는 고통스러운 선택에 선진공업국들은 직면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대공황보다는 힘에 의한 재 지배를 선택하는 것이 지난날의 경험이었다면 석유문제 때문에 중동에는 지금 새로운 암운이 일고 있음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석유 때문에 야기되는 긴장은 그것이 경제적인 것이든 정치·군사적인 것이든 그 때문에 세계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갈 가능성은 매우 커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산유국과 공업국이 이 문제를 세계 평화라는 각도에서 양식에 따라 원만히 해결해 줄 것을 기대하는 바이지만 외환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러한 긴장이 불리한 여건 변화임을 중시, 석유문제와의 밀접한 연관하에 국내정책을 다뤄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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