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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차 「유엔」총회와 한국문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29차의 「유엔」총회가 18일 개회됐다. 수많은 의제 가운데 우리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이 한반도 문제와 세계경제문제 등이다. 세계경제문제의 토의는 선진개발국과 후진개발국의 대립이 예상되고 있다. 「유엔」가맹국은 창설당시에는 2차대전후의 전승국을 주로한 51개국이었던 것이 그동안 수많은 신생국가들과 패전국이던 일본 이태리 동독 서독 등이 가입하여 금년 가입 예정국까지 합치면 1백38개국이나 된다.
보편주의 원칙에 따른 전세계 모든 국가의 가입과 국가평등주의에 따른 일국 일표주의는 「유엔」총회의 성격을 의결기관이라기보다는 정책 선전장으로 변모시키고 말았다. 특히 「아시아」「아프리카」의 많은 신생국가들의 가입은 「유엔」을 약소국가의 독단장으로 만들고 있으며 제3세계의 표수가 강대국들의 표수를 능가하고 있어 시끄럽기는 하나 결정권이 없는 기구가 되고 만 것이다.
이에 반하여 「유엔」의 실질적 권한은 강대국이 상임이사국으로 있는 안전보장이사회에 있다고 하겠다. 정치위원회나 사회경제위원회의 권고, 결의 등을 집행할 수 있는 기관은 안전보장이사회이며 안전보장이사회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동안은 총회가 어떠한 권고도 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총회의 권한은 사실상 많이 제약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에 1백12개의 의제가 제출되어 있는 것은 총회가 국제여론을 대변하고 있으며 정치 선전장으로서 다시없는 구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괴를 지지하는 공산측 국가들은 금년에도 한반도 문제를 총회의 의제로 발의케 하고 있는데 그 저의는 「유엔」군 사령부를 해체하도록 국제여론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공산측은 「유엔」기 아래의 모든 주한외군이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을 그만두고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이 한국의 독자적인 평화통일 달성의 관건』이라고 주장하면서 「유엔」기 아래의 주한외군철수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측은 이 공산측 결의안을 정면으로 불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보장이사회는 현존 협정의 계속적인 준수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의 완전한 유지의 필요성에 유의하여 적절한 단계에 직접 당사자들과 협의하여 안보리 소관사항인 「유엔」군 사령부의 장래를 포함한 한국문제의 평화 및 안보적 측면을 검토하기를 희망한다』고 하여 총회토론을 회피하고 문제를 안전보장이사회로 이관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사실이지, 「유엔」군 사령부의 설치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결의한 것이며,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조인도 「유엔」군 사령부가 일방 당사자로 돼있기 때문에 그 해체나 협정변경도 안전보장이사회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다. 공산측도 이러한 법 이론을 모르지는 않을 것인데도 한국문제를 국제여론화 함으로써 강대국간의 협상으로써 막후 해결하려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유엔」군 사령부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강대국간에 막후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어떤 타결점에 도달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회도 「유엔」군 사령부의 해체와 주한미군의 예비기동력화를 권장하고 있으며, 일본도 한반도 문제에 대한 4대 강국회의의 개최를 공언, 소련이나 중공·북괴까지도 주한미군의 계속 주한을 인정하고 있다는 보도들은 「유엔」군사의 해체와 주한미군의 계속 주둔이 「바터」된 것이 아닌가 추측되기도 한다.
「유엔」밖에서의 강대국 협상이나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토의에서거나 간에, 미·일·러·중공 등 4대국의 타결이 있어야만 한반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정부가 이제 할 수 있는 일은 우리의 등 너머에서 한국 국민의 의견과는 관계없이 한국문제가 처리되지 않도록 「유엔」외교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는 것 뿐이요, 우리의 명분이나 실리를 해치는 「유엔」결의를 막도록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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