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재산세에 허덕이는「사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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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통령긴급조치 제3호에 규정된 공한지세 등 지방세 관련 규정이 법제화됨에 따라 올해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무거운 세금을 내게된 이화장(서울 종로구 이화동1의5)등 반(우)문화재적 성격을 띤 건물들이나 대지가 재산세의 중과 때문에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이화장·윤보선씨 저택 운현궁 등 문제의 대지나 건물은 대부분 역사적인 사연들이 얽혀 보존의 가치가 있으면서도 사적이나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것들. 이 때문에 올해만 해도 2백70만원∼4백30여 만원씩의 재산세가 부과돼 소유주들의 넉넉지 못한 수입원으로는 이 무거운 세금을 감당키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초대 내각을 조각하는 등 전국의 비화가 담긴 이화장은 긴급조치에 따른 누진세율 적용으로 지난 1일 부과된 재산세 토지분이 4백30만2천5백18원으로 지난해의 40만원에 비해 10배 이상이 중과됐다.
현재「프란체스카」여사와 양자 이인수씨의 부인 조혜자씨(33), 이씨의 아들 병구(4) 병조(2)군 등 4식구가 운전사 등 3명의 고용인과 함께 살고 있는 이화장은 국가에서 지급하는 매달 20만원의 연금과 박 대통령이 보내주는 금일봉이 유일한 가계수입.
월 40여 만원의 수입으로 각종 세금과 생활비를 대기도 힘겨워「프란체스카」여사는 지난여름에는 전기료 절약을 위해 선풍기를 한번도 안 틀었고 전등 6개 가운데 정문과 내실의 2개만 켜고는 모두 껐다.
총 1천8백21평의 대지에 이 대통령이 손수 심고 가꾼 향나무·소나무 등에 흰나방 병이 번졌지만 조 여사는 소독약을 살 돈이 없어 그대로 시들어 가는 것을 보고만 있다고 안타까와했다.
이화장의 경비원은 이씨의 아들 병구군은 구두를 기워서 신고 있다고 말하고 가족들은 날씨가 쌀쌀해지면서부터는 연료비 절약을 위해 이제까지 사용해 오던 방 3칸중 2칸을 폐쇄, 한방에 4식구가 함께 기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여사는 박 대통령이 하사한「프란체스카」여사의 승용차 서울 1가6164호「크라운」차도 1기분 자동차세가 10만8천8백원이나 나와 유지가 어렵게 됐다고 전했다.
미국에 유학간 이인수씨의 부인 조씨는 어려운 이화장의 생활을 해결하기 위해 온실에 고무나무·사철나무 등 관상수를 가꾸어 한달에 1만∼2만원씩의 부수입을 얻고 있지만 생활에 큰 도움이 못 된다고 걱정했다.
한편 68년 국가에서 하사한 이방자 여사의 저택(서울 서대문구 정동1의11)은 올해 2백70만2천2백14원의 재산세(토지분 7백28평)가 부과됐었으나 동기부상 회사건물부지로 돼있어 지난 10일 서대문 구청에서 38만원으로 재산세를 재조정 때 중과세를 면하게 됐다.
서울 종로구 안국동8 전대통령 윤보선씨 집은 대지1천4백14평, 건평 2백40편(99간)으로 이중 현재 l백평(25간) 정도만 사용하고 있는데 올해 나온 재산세는 4백93만1천3백26원.
현재 윤씨의 월수입은 총무처에서 지급하는 연금 월 22만l천6백57원과 종로2가 영안「빌딩」전세금 52만원 등 52만원 정도여서 생활비 80만원에도 모자라 30여만원의 적자를 보고있는 형편.
적자는 윤씨 소유인 충남 아산군의 임야 1만2천여평을 판 9백30여 만원과 철원의 귀농지를 판돈 3백75만원으로 충당해왔다.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여름에는 냉방시설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겨울에는 난방을 줄이고 있으나 올해 재산세는 마감일까지 납부하기 힘들 것이라고 윤씨와 한 측근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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