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감정 격화 속 일부 일인 철수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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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연일 계속되는 반일「데모」속에 일본인들에 대한 국민감정이 악화되자 주한 일본인들은 긴장과 초조 속에 13일 하오부터 일부 부녀자·노약자들을 일본으로 철수시키기 시작했다.
서울에 있는 일본인회, 일본인상공회 및 일본인합자기업체 대표들로 구성된「조인트·벤처」등 3개 단체는 13일 긴급회의를 열고 한국에 체류중인 일본인에 대한 일시 귀국 기준을 결정, ▲노인 환자 유아 임신부 등 귀국희망자는 철수시키고 ▲국민학교 학생이 있는 가족은 소속회사의 현지 책임자가 각각 판단, 귀국할 수 있도록 했다.
알려진 바로는 주한 일본인들은 대사관 직원 80명을 제외하고 1천8백28명(부녀자 4백85명 포함)이다.
체한 일본인회 회장「가와무라」씨(「미쓰이」상사지점장)는 이같은 결정은 13일 낮 조선「호텔」에서 있은 일본인 상공인회 회장, JV회장과의 월례회의서 결정지었다고 13일 밝히고 일본인 가족들은 계속 체류, 냉정을 지키기로 의견을 모았으나『유아 임부 등은 원할 경우 귀국을 시키기로 결정했으며 이날 현재 2가구가 이미 신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가와무라」씨는 또 가족들을 철수시키는 상황에 대한 기준은 이날 회의에서 결정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사태의 추이를 보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재한 일본인회와 상공회의소(대한상공회의소소재)는 바다낚시·침목 야구대회 등 일본인들끼리의 모임을 모두 취소하고 근신에 들어갔으며 일부 일본인은 본국의 귀국명령이 있을 것에 대비, 귀국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식량 현금준비 당부>
한편 재한 일본인회는 지난 10일「한국에 있어서의 긴급사태발생에 대처하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는 설명이 붙은 8「페이지」의「알아두어야 할 사항」이란 설명서를 재한 일본인에게 보내고 10일간 생활할 수 있는 식량과 현금을 준비하도록 주의를 촉구했다.

<직원들 불안한 표정|일 은행·상가>
14일 상오 서울 중구 남대문로1가18「후지」은행 서울지점은 큰길 쪽에 있는 창문「셔터」를 굳게 내렸고 정문 옆에 있는 창문에도「커튼」이 드리워져 있었으며 정문만 열어 놓은 채 고객을 맞아 들었다.
32명의 은행직원들은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으나 일손이 잡히지 않는 듯 2, 3명씩 모여 수근대는, 모습도 보였다.
일본항공(JAL) 한국지점 총무차장「마찌이」씨(45)는『특별한 일이 없는 한 외출 등을 삼가고 숙소인 남산외인「아파트」와 중구 을지로1가에 있는 사무실을 출퇴근 할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본인학교는 경찰관 3명의 경비 속에 오전에만 수업을 하는 등 단축수업을 하고 있는데 학교 앞에는『이곳은 학교지역이니 조용히 해달라』는 표시가 붙어있었다.
14일 상오 이 학교에는 재학생 1백50명중 20명이 결석했다.
일본「미쓰비시」서울지점직원 남원장부씨의 부인 남원「다에꼬」씨(29)와 아들 남원정전군(2), 중촌규일씨의 부인 중촌기구자씨(30)와 아들 중촌강지군(3), 촌전상태즉씨의 부인 촌전진리지씨(27) 와 아들 촌전웅개군(1) 등 일본상사 직원가족 6명이 14일 하오3시30분 JAL기 편으로 출국했다.
「미쓰이」물산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20여명의 일본인직원 중 가족을 동반한 10여명의 직원이 어린이나 노약자들을 출국토록 준비중에 있다』고 말했다.

<귀국 일인으로 붐벼|김포공항>
한국에 장기 체재하고 있는 일본인과 일본인 가족들의 일부가 13일부터 본국으로 철수하고 있다. 제일합섬의 소기승인씨(37) 소림의씨(35) 등 2명의 기술자가 14일 상오10시 KAL기편으로 귀국했다.
이들 2명은 한국에 체류할 수 있는 거류 신고 만료일이 74년말까지인데 이를 채우지 않고 떠난다고 했다.
또 13일에는 마산소재 한국TC 전자주식회사 대산승부씨의 부인 대산미좌자씨(26), 한국TV의 석총태웅씨의 부인 석총청자씨(36)등 2명이 귀국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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