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수출최우선만이 위축타개의 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불황설이 계속 전해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생산지수는 계속 상승세를 보여 왔으나 7월중에는 생산이 오히려 전월비 3·1%나 줄었다. 예년같으면 하한기와 더불어 저조하던 수출이 회복되기 시작하는 8월중의 수출이 올해에는 7월 실적보다 5천5백만「달러」나 줄어든 것이다. 수출선행지표라할 신용상래도액도 전월비 4천8백70만「달러」나 줄어들어 9월이후의 수출실적이 크게 회복될 가능성을 축소시키고 있다.
국내생산이 줄어들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은 줄지않아 8월중에 KFX수입기준으로도 1억「달러」수준의 무역수지적자가 기록되고 있음은 국제수지면의 조정 가능성을 염려스럽게 하는 것이다. 무역수지역조를 무역외수지의 흑자로 「커버」하던 종래의 경향도 8월중에는 희미해져 KFX기준 무역수지적자폭과 경상수지적자폭은 사실상 일치하고 있다.
반면 재고는 월중 4·6%나 다시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물가는 도비 0·9%, 소비자 3·3%나 상승해서 안정기조가 잡혀가고 있다는 증거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예반경제동향이 국제경제환경의 악화에 크게 기인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 모두를 국제적 요인에만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유류파동이후의 국제경제동향에 대한 판단에 문제가 있었음을 부인해서는 안된다. 정책당국은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유류파동의 서파를 거뜬히 우리가 극복한 것처럼 지나친 낙관론을 펴왔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제정세에 대한 안역한 판단 때문에 수출「드라이브」를 기조로 해야하는 우리 경제로서는 정책조정의 방향을 적절히 잡지 못했고, 또 그 때문에 앞으로 해결해야할 모순을 더욱 확대시긴 것이다.
또 유류파동·자원파동의 서파로 야기된 국제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아 하반기부터 이른바 V자형의 경기회복이 가능하다고 지나치게 믿은 것도 대외정책조정의 「타이밍」을 잃게한 큰 원인이었다. 이제 계절적으로 물가상승압력이 커지는 시기이므로 국제수지동향을 정당하게 평가한다하더라도, 정책조정의 「타이밍」은 이미 놓친 것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국제경제동향에 대한 판단의 부적합성은 필연적으로 금융정책운영에도 깊은 압력을 주었고 이제는 그 여파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데도 많은 부담을 느껴야하게 되었다. 국제수지 적자국에서 비축금융을 대폭 확대한 것도 국제적인「스태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으로 평가한 때문이다. 비축금융으로 쌓인 원자재가 제품으로 전환되어도 그것이 수출증가로 충분히 소화되지 않기 때문에 재고금융·무역금융은 계속 확대되어야만 한다. 정상적으로 회전되던 기업도 재고압력때문에 자금순환이 막히고 그 때문에 차관원리금 상환의 대불은 물론 무역금융·재고금융의 기일연장을 불가피하게 한다.
금융순환이 이처럼 변조속에 있기때문에 국내여신증가율이 높아도 그것은 중앙은행과 시중은행간의 장부에서만 움직이지 통화량과는 큰 관계를 갖지 못한다.
그렇다고 내수를 자극해서 경기를 회복시킬 여건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내수자극은 물가와 국제지원에 역으로 작용하는 반응도가 큰 우리의 경제구조에서 함부로 내수를 자극할 수는 없다.
사리가 그러하다면 우리의 경제구조자체의 개선과 수출촉진이라는 각도에서 애로를 타개할수 밖에 없겠으나 전자는 장기적 과제이기 때문에 기본지침은 될 수 있어도 당면과제는 될 수 없다. 그러하다면 모든 애로와 관련되는 수출에 다시 활력을 주지 않고서는 막힌 것이 뚫어지지 않을 것이다.
수출에 다시 활력을 넣기 위해서는 다른 정책목표를 후순위로 돌리는 손실은 감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